동백꽃보고 장미라고 하는 아이들
자연스럽게 자연에 데려가 봐야지 도시 아이들이지만, 아니 도시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연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많이 도와 주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둘레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알려 주려고 요령껏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나 드러내놓고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은 또 다른 공부거리로 생각해 골치 아파 한다. 되도록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이름을 익힐 수 있도록 은근한 노력이 필요하다. 며칠 전 경주로 2박 3일 문화탐방을 다녀왔다. 다들 알다시피 이맘때 경주는 벚꽃이 한창이다. 하얗게 구름처럼 피어 있다가 바람이 불 때 꽃비로 떨어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독도 문제와 역사 왜곡으로 아름다움을 아름다움만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사쿠라’로 바라보게 되니 마음이 영 편하지가 않다. 그러다가 문득 점점이 연분홍으로 피어있는 진달래꽃이 눈에 들어왔다. 신동엽 시 ‘진달래 산천’이 생각났다. 왈칵 반갑다. 뒷자리에 앉은 석호에게 “저거 연분홍으로 피어 있는 꽃 보이니? 저거 무슨 꽃인 줄 알아?” 벚꽃은 그래도 몇 아이는 알았는데, 진달래는 아예 모른다. 차에서 내려 꽃잎을 따서 먹으면서 말했다. “이거 옛날에는 배고플 때 따먹었대. 그래서 참꽃이라고도 불러.” 하니, 눈이 똥그래져서 본다. “먹어 봐” 하니, 슬슬 피하다가 결국 먹는 시늉을 하는데 “아이, 시큼해요” 하면서도 싫은 눈빛은 아니다. 울산 방어진에 있는 울기 등대로 견학을 갔을 때는 공원에 동백꽃이 아직 많이 피어 있었다. 바닥에 몸통 채 떨어져 구르는 동백꽃을 하나 주워 걸어가는 여자 아이들에게 보여 주니 서로 달라고 난리다. 무슨 꽃인 줄 알면 주겠다 하니, 놀랍게도 “장미!” 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까 이름을 가르쳐 주었던 지영이가 다행이 동백이라고 소리를 질러 반가워 그 아이에게 줬다. 그렇게 여러 차례 같은 행동을 했더니 대부분 이름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동백꽃을 귀밑에 꽂아 보며 모양을 내 보기도 하고, 잎사귀를 하나씩 뜯으면서 뭘 점치기도 하면서 그렇게 놀았다. 포석정 갔을 때는 안내하는 사람의 설명을 다 듣고도 아이들이 영 시큰둥했다. 둘러보니 마침 배롱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간지럼 피면, 낄낄거리고 웃어. 봐봐, 가지가 흔들리잖아.” 아이들은 신기하다 하면서 달려들어 서로 간지림 피면서 “어, 진짜네” 하면서 즐거워한다. 가까이 있는 녀석에게 장난친다고 겨드랑이를 간지럼 핀 다음 도망을 쳤는데, 이 녀석이 따라와 내 몸을 간지럼 피길래 “메롱!” 했다. 그러고는 다른 아이들에게 배롱나무 어쩌고 저쩌고 설명하는데, 뒤에서 슬그머니 나를 간지럼을 피더니 그런다. “선생님, 간지럼 피면 메롱하니까 메롱나무예요.” “배롱나무라니까.” “메롱나무라니까요.” 버스 탈 때까지 그렇게 승강이를 하는데,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번 문화탐방은 그렇게 자연과 좀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김권호/서울 일신초등학교 교사 kimbechu@hanmail.net
자연스럽게 자연에 데려가 봐야지 도시 아이들이지만, 아니 도시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연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많이 도와 주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둘레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알려 주려고 요령껏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나 드러내놓고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은 또 다른 공부거리로 생각해 골치 아파 한다. 되도록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이름을 익힐 수 있도록 은근한 노력이 필요하다. 며칠 전 경주로 2박 3일 문화탐방을 다녀왔다. 다들 알다시피 이맘때 경주는 벚꽃이 한창이다. 하얗게 구름처럼 피어 있다가 바람이 불 때 꽃비로 떨어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독도 문제와 역사 왜곡으로 아름다움을 아름다움만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사쿠라’로 바라보게 되니 마음이 영 편하지가 않다. 그러다가 문득 점점이 연분홍으로 피어있는 진달래꽃이 눈에 들어왔다. 신동엽 시 ‘진달래 산천’이 생각났다. 왈칵 반갑다. 뒷자리에 앉은 석호에게 “저거 연분홍으로 피어 있는 꽃 보이니? 저거 무슨 꽃인 줄 알아?” 벚꽃은 그래도 몇 아이는 알았는데, 진달래는 아예 모른다. 차에서 내려 꽃잎을 따서 먹으면서 말했다. “이거 옛날에는 배고플 때 따먹었대. 그래서 참꽃이라고도 불러.” 하니, 눈이 똥그래져서 본다. “먹어 봐” 하니, 슬슬 피하다가 결국 먹는 시늉을 하는데 “아이, 시큼해요” 하면서도 싫은 눈빛은 아니다. 울산 방어진에 있는 울기 등대로 견학을 갔을 때는 공원에 동백꽃이 아직 많이 피어 있었다. 바닥에 몸통 채 떨어져 구르는 동백꽃을 하나 주워 걸어가는 여자 아이들에게 보여 주니 서로 달라고 난리다. 무슨 꽃인 줄 알면 주겠다 하니, 놀랍게도 “장미!” 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까 이름을 가르쳐 주었던 지영이가 다행이 동백이라고 소리를 질러 반가워 그 아이에게 줬다. 그렇게 여러 차례 같은 행동을 했더니 대부분 이름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동백꽃을 귀밑에 꽂아 보며 모양을 내 보기도 하고, 잎사귀를 하나씩 뜯으면서 뭘 점치기도 하면서 그렇게 놀았다. 포석정 갔을 때는 안내하는 사람의 설명을 다 듣고도 아이들이 영 시큰둥했다. 둘러보니 마침 배롱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간지럼 피면, 낄낄거리고 웃어. 봐봐, 가지가 흔들리잖아.” 아이들은 신기하다 하면서 달려들어 서로 간지림 피면서 “어, 진짜네” 하면서 즐거워한다. 가까이 있는 녀석에게 장난친다고 겨드랑이를 간지럼 핀 다음 도망을 쳤는데, 이 녀석이 따라와 내 몸을 간지럼 피길래 “메롱!” 했다. 그러고는 다른 아이들에게 배롱나무 어쩌고 저쩌고 설명하는데, 뒤에서 슬그머니 나를 간지럼을 피더니 그런다. “선생님, 간지럼 피면 메롱하니까 메롱나무예요.” “배롱나무라니까.” “메롱나무라니까요.” 버스 탈 때까지 그렇게 승강이를 하는데,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번 문화탐방은 그렇게 자연과 좀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김권호/서울 일신초등학교 교사 kimbech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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