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쇼 선생님께/비벌리 클리어리/보림
지난 4월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초등학교에서 관행처럼 하고 있는 일기 검사가 어린이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이니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올바른 일기 지도 방법을 찾아 보라고 교육인적자원부에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그동안 일기 검사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오직 교육이라는 이름만으로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여러 가지 지도 방법에 대해 교사나 학부모들, 특히 교육 관료들이 다시 한번 되짚어 볼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면 어린이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일기 쓰기 지도란 어떤 것일까? 이런 질문에 가장 기본이 되는 답변은 ‘일기란 무엇인가?’라는 데 있다. 곧 일기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아는 데 있다.
이 책은 한 어린이가 일기를 쓰면서 자라나는 과정을 담아낸 글, 글쓴이가 편지와 일기 형식으로 쓴 작품이다.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를 따라 이사를 온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비밀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동화 작가를 조사해서 내라는 학교 숙제를 하다가 알게 된 작가 헨쇼 선생님이 일기를 쓰면 좋다는 편지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일, 아버지와 어머니와 선생님과 학교 일을 하시는 아저씨와 학급에서 아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자세히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역 학교 어린이들의 글을 모은 작품집에 내는 글을 쓰기 위해 애쓴다.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 편지를 쓰면서 삶을 더 폭넓고 깊게 볼 수 있게 된다. 마음이 자라는 것이다.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도 함께 자란다.
초등 4~6학년 어린이들한테 권장하고 싶은데, 일기를 쓰면 좋겠다는 말 열 번 하는 것보다 이 책 한 번 읽는 것이 더 좋겠기 때문이다. 또 교사나 학부모들이 읽는다면 어린이들이 성장하는 데 나만의 방이나 나만의 비밀 일기처럼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짚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글쓴이 일기는 누구도 보지 않는다. 동시에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린이 작품집’ 한 권 내는데도 얼마나 세심한 신경을 쓰는지 보여 준다. 또 좋은 글을 쓴 어린이한테 상장이나 상품을 주는 대신, 어린이 문학가와 점심 먹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모습이 상큼하다. 이주영/서울 송파초등학교 교사 jyl0301@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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