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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혼자만 잘되면 무슨 재민가

등록 2008-06-01 15:49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크게 성공한 사업가의 얘기다. 어렸을 적에 이 분 할머니는 날마다 컴컴한 새벽에 뒷마당에 물을 떠놓고 어린 손자가 잘 되도록 빌었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할머니가 동네 사람들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그들을 잘되게 해달라고 모두 축원한 다음에야, 맨 나중에 자기 손자를 위해 빌었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 내용도 재미있었다. 이 아이가 크게 잘 되게, 성공하게 해달라고 빈 것이 아니라, ‘남들 눈에 꽃으로 보이게 해달라’고 빌었다는 것이다.

참 지혜로운 분이 아닌가? 주위 사람들이 잘 안 되는데 나 혼자 잘된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복이 없는 것인지 아시는 게다. 또 손자가 잘 되는 것은 꼭 본인이 잘 나서가 아니라, 주변사람들이 잘 보아주는 덕분임을 또 아시는 것 아닌가. 인생의 이치를 깨친 지혜가 느껴진다고 할밖에. 극성스러울 정도로 자기 새끼만 끼고 도는 요즘 문화를 보면 이런 할머니가 나타나서 한 마디 퍽 던져주면 좋겠다. 혼자만 잘 되면 무슨 재미냐고. 누구나 더불어 사는 것이고, 그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 것이건만, 우리는 자기를 내세우느라 남들은 잊어버린다. 제 잘난 덕에 출세하는 걸로만 생각한다.

어느 유명한 시이오(CEO)는 늘 유쾌하게 사는 것 같다. 자칭 ‘운이 좋은 사나이’다. 자기는 운이 좋아서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고, 운이 좋아 사업도 잘 된다고 말하고 다닌다. 자기 능력을 자랑하는 걸 본 적이 별로 없다. 심지어 고스톱이나 마작을 하고 돈을 따도 자기 손이 재수가 좋아 따는 거라고 해서 꼭 손을 한 번 만져보게 만든다. 어느 날, 그의 친구가 나에게 이런 귀띔을 해주었다. “저 친구가 운이 좋은 진짜 이유를 아세요? 정말 주변에 많이 베풀거든요. 그러니까 다들 저 친구가 잘 되길 빌어주는 거예요. 한 번은 저 친구가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했어요. 보통 홀인원을 하면 함께 라운딩하던 사람들에게 크게 쏘아야 재수가 좋다고 하는데, 저 친구는요, 앞 팀, 뒷 팀에서 운동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양복을 돌렸다니까요.” 흠… 물론 경제적 여유도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여유가 있다고 꼭 되는 일이 아님을. 친구 분은 이렇게 덧붙인다. “고향 노인들 엄청 잘 대접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하고, 엔지오(NGO)에도 기여를 많이 하죠. 그러니까, 사람들이 저 사람이 성공하길 바래주는 거예요. 운이 별겁니까? 그렇게 생각해주는 기운들이 모여서 더 잘되는 거지요.”


통 큰 아이로 자라게 하려면 아무래도 제 자신만을 아는 좁은 마음보다 다른 사람을 헤아리는 넓은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게 말로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님을. 부모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말 한마디라도 이웃 잘 되라는 축원의 말을 하는 본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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