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 연간 징수액
전북 이어 서울·경기 등서도 폐지·반환운동
일부 지자체는 이미 폐지…이달말 2차소송
일부 지자체는 이미 폐지…이달말 2차소송
서울 ㅊ중학교 학부모 전아무개씨는 지난 3월 학교에 ‘학교운영지원비 납입 거부서’를 냈다. 그러나 얼마 전 스쿨뱅킹을 통해 두 아이의 1분기 운영지원비 12만4천원이 빠져나간 것을 알게 됐다. 전씨는 “학교 쪽에 환불을 요구했으나 ‘소송을 하든 맘대로 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의무교육에 드는 돈을 학부모에게 떠넘기는 것도 화가 나는데, 적반하장식 대응에 더욱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학교운영지원비 거부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3일 ‘학교운영지원비 폐지 전국운동본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북 장수중 학부모 21명이 반환운동을 통해 운영지원비를 돌려받은 뒤 현재까지 납부 거부에 참여한 학부모는 전국적으로 1600여명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북을 중심으로 납부 거부운동이 벌어졌다면 올해는 서울은 물론 강원 횡성·홍천, 경기 의정부·성남·고양, 충남 서산·태안 등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운동본부는 지난해 말 학부모 112명을 모아 이미 납부한 학교운영지원비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낸 데 이어 이달 말 추가로 100여명을 모아 2차 소송을 내기로 했다.
학교운영지원비란 학교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자진 협찬’ 형식으로 내는 돈이다. 1960~70년대 학교에 내던 기성회비·육성회비의 다른 이름이다. 이 돈의 징수 여부와 금액은 학교운영위원회가 결정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각 시·도 교장단협의회에서 금액을 결정해 반강제적으로 일괄 징수하고 있다.
서울 ㅁ중학교 학부모 박아무개씨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납부를 거부했는데,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학교에서 ‘독촉장’을 보냈다”며 “심지어 한 교사는 ‘돈을 안 내면 학교를 관둬야 한다’고까지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ㄴ중학교 학부모 조아무개씨는 “행정실장이 ‘돈을 안 내면 교사 월급은 무슨 돈으로 주냐’고 했다”며 “우리가 낸 세금으로 조성된 교육예산으로 줘야지 왜 추가부담을 시키냐”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운영지원비는 교육기자재 구입 등 학생들을 위해 쓰이기보다는 교사들의 연구수당이나 학교 비정규직 월급으로 80% 이상 지출되고 있다.
납부 거부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북도는 읍·면 단위 학교의 운영지원비 지원을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했으며, 경남도는 교육감 선거에서 ‘운영지원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당선되면서 읍·면 단위 학교들은 돈을 내지 않고 있다. 전북 정읍·익산시의회는 ‘운영지원비 폐지 결의안’을 채택했다.
전은자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자치위원장은 “중학교 과정이 의무교육으로 바뀌었는데도 정부가 학부모에게 추가로 돈을 걷는 것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18대 국회에서 폐지 법안이 꼭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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