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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교엔 ‘사서’ 아닌 ‘사서교사’가 필요하다

등록 2008-07-06 18:56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도서관을 통해 교과서 이상의 다양한 수업자료를 제공받아야 한다. ‘교수학습지원센터’로서의 학교도서관에 ‘교사’의 신분이 필요한 이유다. 사진은 미국의 한 도서관에서 사서와 함께 수업하는 학생들.  <한겨레> 자료사진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도서관을 통해 교과서 이상의 다양한 수업자료를 제공받아야 한다. ‘교수학습지원센터’로서의 학교도서관에 ‘교사’의 신분이 필요한 이유다. 사진은 미국의 한 도서관에서 사서와 함께 수업하는 학생들. <한겨레> 자료사진
비정규직 사서들 소신 펴기 어렵고
업무도 대출·반납·장서관리에 그쳐
정규교사 둬 적극적 활동 도와줘야
커버스토리 /

2002년, 22명의 태극전사는 월드컵 4강 진출에 성공해 대한민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해 경상북도에 임용된 22명의 사서교사 역시 학교도서관을 학교 교육의 ‘허브’로 만드는 새 역사를 썼다. 당시 경북도교육청에서 사서교사의 임용계획을 세웠던 김선굉 단밀중학교 교장은 “그때 경북도에는 단 한 명의 사서교사가 있었다”며 “경북도 관할 23개 교육청에 적어도 한 명씩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22명을 더 채용했다”고 했다.

그가 사서교사 임용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사서교사가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중추적인 구실을 하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95년 당시 일본은 한 학교에 2.2명, 미국은 1.9명의 사서교사가 있었다”며 “선진국의 학교도서관을 보며 사서교사의 중요성을 봤다”고 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을 발표하면서 사서교사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새롭게 일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발효된 시행령은 “학교에 두는 사서교사·실기교사나 사서직원의 총정원은 학생 1500명당 1인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사서교사뿐만 아니라 실기교사나 사서직원 등 다양한 자격의 소유자가 학교도서관 운영을 맡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의 차이점은 뭘까? 사서교사는 정규직이면서 교사자격증을 지니며 일반 교사들과 동등한 권한을 지니고 같은 대우를 받는다. 반면 사서직원은 대개 비정규직이면서 사서교사 자격증이 있어도 학교도서관 담당 교사와 함께 일한다.

얼핏 모두 같은 ‘사서’로 보이지만 사서‘교사’냐 사서‘직원’이냐에 따라 학교도서관의 모양새나 쓰임새가 크게 달라진다고 학교도서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덕주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대표(송곡여고 사서교사)는 “현재 사서직원은 비정규직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 재계약, 또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자기 소신이나 전문성을 맘껏 펼칠 수 없다”며 “학교도서관은 학생이나 학부모의 도우미 활동이 필수적인데 사서교사가 아니면 이들의 활동을 활발하게 조직하고 지원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교무실 소속이 아닌 행정실 소속인 사서직원이 학교 구성원과 학교도서관 운영에 효율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행정실 소속인 사서직원은 학교장에게 직접 결제받을 권한이 없으며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논의하는 교무회의에도 참여할 수 없다.

따라서 사서직원들의 구실은 책의 대출·반납이나 장서 관리 등에 그치는 일이 많으므로 학교도서관의 기능은 일반 공공도서관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학교도서관 담당교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업무분장 형태로 맡게 되는 일에 교사들이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은 제한적이다. 김선굉 교장은 “전국 1만여 학교에 사서교사가 100명도 안 되던 때 대부분의 학교는 일반 교사가 학교도서관을 맡는 일이 보편적이었다”며 “학교도서관 업무는 교사들의 기피 업무 1위였다”고 전했다. 학교도서관에 전력할 수 있는 여건과 마음을 지닌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학교도서관의 기능은 축소되고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사서직원으로 8년째 일하고 있는 김임숙 경기도 학교도서관 사서협의회 대표(팔달초사서)는 “최근에는 거의 모든 학교도서관에 디지털 도서관 시스템이 보급되어 대출이나 반납, 자료분류 등의 기본 업무는 사서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누구나 할 수 있게 됐다”며 “기술적으로 발달한 학교도서관은 이제 사서보다 교육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서교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도서관의 필요성이 독서교육에 있는 게 아니라 교육과정 전반에 살아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교수학습지원센터’에 있다는 것 역시 사서교사의 구실을 곱씹게 만드는 대목이다.

문제는 사서교사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는 데 있다. 전국적으로 사서교사를 경험한 학교도서관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에서 학부모도우미로 오랫동안 봉사해 온 김경숙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사서교사의 증원을 내 자녀의 문제가 아니라 사서들의 밥그릇 챙기기로 인식하는 이들이 상당수”라며 “학부모 도우미를 해 보면 학부모들의 구실에도 한계가 있고 학교도서관에서 나와 내 자녀가 도움을 받으려면 사서교사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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