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입시학원 동시소유 논란
‘제2의 김포외고 사태’ 우려
‘제2의 김포외고 사태’ 우려
특수목적고 입시 전문학원을 자회사로 갖고 있는 대형 교육기업이 외국어고를 인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습지로 유명한 사교육 업체인 대교는 11일 경기 의왕시 명지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인수해 ‘봉암학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이사회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대교 쪽은 “기업의 사회기여 측면에서 글로벌 리더를 육성하는 명지외고 운영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명지외고의 제2의 도약을 위해 학교 시설 및 프로그램을 개편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립학교법상 법인 이사회의 사교육 업체 소유를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고, 이사회 임원 교체 역시 일정 요건을 갖춘 뒤 교육청에 보고만 하면 가능하도록 돼 있어 대교의 명지외고 인수는 법률상의 문제는 없다.
그러나 대교가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인 ‘페르마 에듀’의 지분 51%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 기업이 특목고와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을 동시에 소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교육 영역인 학교와 사교육 영역인 학원을 동시에 운영하게 되면 자칫 학원의 돈벌이에 학교가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김정명신 공동대표는 “지난해 발생한 김포외고 시험지 유출 사건처럼 페르마 학원의 문제가 명지외고 입시문제로 출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초·중등 학생들의 특목고 선호 현상이 사교육 업체의 사세 확장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교는 2006년 9월 이후 올해 초까지 서울 은평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추진해 왔으나, 비판 여론이 인 뒤 지난 2월 이를 포기하기도 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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