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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영어사전 어려운 걸로 사서 10년 본전 뽑자?

등록 2008-07-20 16:05수정 2008-07-20 16:07

일본의 사전을 주로 참고했던 과거의 영한사전을 보는 것은 외려 영어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 영영사전과 영한사전의 중간형태인 영영한사전을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일본의 사전을 주로 참고했던 과거의 영한사전을 보는 것은 외려 영어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 영영사전과 영한사전의 중간형태인 영영한사전을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수준·목표 맞아야 ‘좋은 사전’
고등학생 1만단어 안팎 적합
한번 찾은 말은 꼭 소화해야
영어 실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영어 사전에 더 많이 의지하게 되고 이 친구의 도움도 크고 깊어진다. 영어 실력이 높아질수록 주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든 반면 사전이 제공하는 정보를 이용하는 능력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어사전은 일찍 사귀면 사귈수록 이익이 된다.

어떻게 하면 사전과 제대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좋은 친구를 구하듯 좋은 사전을 선택해야 한다. 어떤 사전이 좋은 사전인가? 절대적으로 좋고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듯 좋은 사전의 기준도 상대적이다. 자신의 영어 수준과 영어 학습 목표에 부합하는 사전이 가장 좋은 사전이다. 이런 사전을 고르는 기준은 사전의 크기와 종류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자기에게 맞는 크기의 사전을 골라야 한다. 한 권의 사전으로 5년 혹은 10년 이상 사용하려고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실력이 늘면 사전도 더 높은 수준의 것으로 바꿔야 한다. 처음부터 수준 높은 사전을 골라잡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약 3000단어 정도를 학습 목표로 삼는 사람이 표제어가 몇 만 단어, 심지어 십만 단어가 넘는 사전을 선택한다면 오래 성공적으로 그 사전을 사용하리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런 사전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전을 찾는 일이 재미가 없고 어렵게만 여겨질 수 있다. 결국은 사전과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고등학생이라면 1만 단어 안팎의 표제어를 갖춘 사전 정도가 적절할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인터넷 사전이나 휴대용 전자사전이 있어서 종이 사전보다 쉽고 빠르게 단어를 찾는 일이 가능하다. 그러나 쉬이 얻는 것은 잃기도 쉬운 법이어서 이들 사전을 통해 빨리 찾고 빨리 덮어버리는 사전 내용은 머릿속에도 오래 남지 않는다.

다음은 어떤 종류의 사전을 선택할 것인가이다. 영어 학습 사전의 종류는 사용된 언어에 따라 영한사전, 한영사전, 영영사전, 영영한사전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한영사전은 영어로 글을 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용 사전이다. 그 밖의 사전들은 주로 단어의 뜻, 발음, 철자 등을 찾을 때 사용하는 이해용 사전이다. 영어로 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영영사전을 사용해 볼 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좋은 영한사전을 사용하는 것이 단어의 이해와 기억에 더 도움이 된다.

자신에게 적합한 영어사전이라면 글을 읽을 때 사전을 얼마나 자주 찾는 것이 좋을까? 어떤 단어를 사전에서 찾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그 단어를 정말 찾을 필요가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 단어의 뜻을 문맥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다면 굳이 사전을 찾을 필요가 없다. 꼭 필요해서 사전에서 찾아보기로 했다면 적절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그 단어와 관련된 정보를 만족할 만큼 얻어야 한다.

종이 사전을 빨리 찾는 데는 다음과 같은 요령이 도움이 된다. 부피가 큰 사전은 반달색인이 있어서 각 알파벳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작은 사전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때는 영한사전이나 영영사전을 절반으로 펼쳤을 때 중간 부분에 알파벳 엘(l)이 나오며, 전반부를 다시 반으로 나누면 디(d)에서 나뉘고, 후반부는 에스(s)의 시작 부분에서 나뉜다는 점을 기억하자. 일단 찾고자 하는 알파벳에 들어간 다음에는 각 페이지 상단에 있는 표제에 시선을 두고 책장을 넘기면서 자신이 찾고자 하는 단어에 접근해 간다. 대부분의 사전들에서는 좌측 상단의 표제에는 그 페이지의 첫 단어를, 우측 상단의 표제에는 그 페이지의 마지막 단어를 표시한다. 그러므로 이 표제에 시선을 집중하고 책장을 넘기면 매우 효과적으로 원하는 단어를 찾을 수 있다.

정영국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
정영국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찾은 단어에서 뜻 한두 개 정도만 보고 덮어버린다면 그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사전 찾기 활동이 될 것이다. 일단 찾은 단어는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각오로 찬찬히 읽어보고,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노트에 메모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혹은 찾아본 단어에 자신이 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시를 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다음에 찾았을 때, 이전에 찾은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찾았던 단어들의 목록을 만들어 가는 것도 사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한 방법이다.

정영국/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


영영한 사전의 종류
영영한 사전의 종류

사전에 대한 오해

단어 수가 많을수록 좋다(×) →사용빈도와 예문이 더 중요
영어공부엔 꼭 영영사전(×) →‘영영한’이 여러면에서 큰 도움

빌 게이츠가 즐겨 읽었다는 세계적인 백과사전, ‘브리태니커’가 무료로 서비스되는 곳은 우리나라 포털사이트밖에 없다. 못말리는 ‘공짜병’ 탓이기도 하지만 사전의 가치와 활용에 무지한 탓이 더 크다. 특히 누구나 한 권쯤 사는 국어나 영어사전에 대한 오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값비싼 사전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사전에 대한 오해를 꼽아봤다.

■ 표제어 수가 많아야 좋은 사전이다? 많은 사전이 개정판을 낼 때 표제어의 수를 늘린 것을 자랑한다. 사전을 고르는 으뜸 기준 역시 얼마나 많은 단어를 수록하고 있는가이다. 그러나 학습에 필요한 단어가 제한돼 있는 학생들에게는 표제어의 수보다는 표제어의 사용빈도가 더 중요하다. 1998년 펴낸 <연세 한국어 사전> 편찬 작업에 참여한 안의정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 사전팀장은 “가끔 우리말 퀴즈 프로그램을 보면 사전을 만드는 나조차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는데 사실 대개는 이미 죽어버린 말이나 있어도 쓰지 않는 말이 많다”며 “사용목적에 따라 표제어를 얼마큼 넣느냐가 아니라 어떤 표제어를 넣느냐가 더 중요한 사전도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사전 출판 경향이 사용빈도를 따져 표제어를 정하고 풍부한 예문을 싣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 5만개를 추려 실은 <연세 한국어 사전>은 2000여권에 달하는 책을 어절로 분류해 컴퓨터 자료로 만들고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2000여권의 책을 읽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 영어 공부에는 영영사전이 좋다? 영영사전을 써야 영어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압박감’은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영한사전이나 한영사전이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정영국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스토크(stalk)라는 단어를 영한사전에서 찾으면 한결같이 ‘경상부’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국어사전에도 없는 일어식 표현이다”며 “연구 결과 영어 학습에 가장 효과가 큰 것은 한영사전인데 이는 제대로 된 한영사전이 있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나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음, 네이버, 엠파스 등 주요 포털사이트의 영어사전 모두 스토크(stalk)를 ‘경상부’로 설명하고 있다. ‘경상부’는 우리 말로 새우, 게, 가재 등의 눈처럼 자루 끝에 달린 눈을 뜻하는 ‘자루눈’과 같은 말이다.

한영사전은 영어의 말하기나 쓰기 영역 학습을 돕는 ‘표현용’ 사전이다. ‘이해용’ 사전인 영영사전이나 영한사전과는 다른 쓰임새를 지닌다. 홍성민 능률영어사 사전편찬팀장은 “일본에 가서 일영사전을 구해 보면 한영사전과 많은 점이 같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일어나 우리말과 아무리 비슷하다고 해도 대응되지 않는 뜻이 있을 텐데 결국 일어식 영어 표현을 배우게 되는 꼴”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영어 학습을 위해서는 기왕의 영한, 한영사전을 쓰는 것보다 최근 발간된 영영한사전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정영국 교수는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영어교사들의 4분의 1 정도는 이미 영영한사전을 쓰고 있다”며 “일어보다 영어가 친숙한 젊은 세대가 새롭게 번역한 사전이 나올 때까지 영영한사전을 보며 뜻과 용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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