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으로 공부하려면 먼저 ‘사전을’ 공부해야 한다. 사전은 들어 있는 지식의 양도 어마어마하지만 지식을 배열한 구조가 치밀해서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백과사전으로 ‘통합교과형’ 학습하기
수많은 ‘참조항목’들 계속 꼬리물며
쪼개진 지식들 유기적으로 연결해줘
뜻 자체보다 용례·용법 눈여겨봐야
수많은 ‘참조항목’들 계속 꼬리물며
쪼개진 지식들 유기적으로 연결해줘
뜻 자체보다 용례·용법 눈여겨봐야
‘사전을 씹어 먹었다!’
영어 고수가 되는 길을 말할 때 흔히 나오는 ‘일화’다. 사전의 낱장에 적힌 단어를 모두 외우면 그 장을 찢어 먹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영어 학습에서 사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영어사전만의 일은 아니다. 백과사전, 국어사전, 한자사전 등 모든 사전류는 학습의 기초를 쌓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시간이 넘치는 방학, 교과서로 배운 내용을 교과서 밖에서 찾아 살을 붙이는 심화학습에 사전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여러 종류의 사전 중에서도 백과사전은 ‘통합교과형’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중학교 3학년 사회과목에서 배우는 ‘자유시장경제’를 설명한 백과사전을 보면 세계사과목에서 배우는 ‘종교개혁’, 윤리과목에서 배우는 ‘합리주의’ 등이 덩달아 나온다. 장경식 한국브리태니커 이사는 “학교에서는 다양한 과목으로 쪼개진 지식을 얻는다”며 “그러나 모든 지식은 연결돼 있으며 파편화된 지식을 스스로 통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백과사전”이라고 했다. 백과사전이 지식을 얻는 올바른 방법을 제시하는 셈이다.
백과사전이 지식을 다루는 체계나 구조는 사고력을 키우는 데도 좋다. 백과사전의 지식은 끝없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이 서비스하는 브리태니커 사전에서 찾은 자유시장경제, 즉 ‘자본주의’에는 경제학에서 차지하는 위치, 소외개념의 노동, 이론가, 현대 자본주의의 의미 등 모두 25개의 ‘참조항목’이 나온다.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참조항목을 끝없이 확인할 수밖에 없다. 각각은 또다른 참조항목을 지니며 관련된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뻗어나간다.
온라인 백과사전의 참조항목들은 종이 백과사전의 ‘색인’과 같다. 색인은 흔히 한 질로 이뤄진 백과사전의 끝권으로 전체 백과사전이 다룬 항목의 제목만 뽑아 놓은 것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찾으면 ‘3권에 36쪽, 7권에 147쪽, 11권에 281쪽’ 등으로 표현된다. 색인을 보면 백과사전의 ‘체계’가 보이는 것이다. 장경식 이사는 “백과사전 검색을 통해 지식이 확장되는 체계를 몸에 익히면 어떤 지식의 개념을 스스로 창조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어렸을 적 백과사전 마니아였다는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참조항목이나 색인은 좋은 백과사전을 고를 때 기준이 될 수 있다. 흔히 온라인 백과사전 서비스는 내용과 질을 따지지 않고 주로 쓰는 포털사이트에서 찾기 마련인데 각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백과사전이 다르므로 선택과 비교가 필요하다. 현재 ‘네이버’는 두산백과사전을, ‘다음’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책장에 묵혀둔 국어사전과 영어사전도 백과사전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심화학습의 도구가 된다. 특히 최근 ‘쓰기’가 강화되고 있는 국어나 영어 학습에서 사전의 구실은 크다. 기왕의 ‘읽기’ 위주 교육에서는 모르는 단어의 뜻만 찾는 정도로 사전의 쓰임새가 제한돼 있었지만 ‘쓰기’를 위해서는 단어의 ‘뜻’보다 ‘용례’가 중요하다. 안의정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 사전팀장은 “예문을 통해 미묘한 뜻의 차이를 간파해야 다양한 뜻을 지닌 하나의 단어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다”며 “사전은 직접 미묘한 차이를 설명하기도 하는데 중간중간 박스로 묶인 ‘용법’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가족과 식구, 낌새와 조짐 등의 차이를 설명하는 게 용법의 예다.
무엇보다 사전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다양한 사전의 쓰임새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언어사전에는 연어사전, 유의어 사전, 반의어 사전 등이 있으므로 사용 목적을 고려해 고르면 된다. 영영사전, 영한사전, 한영사전도 쓰임새가 전부 제각각이다. 정영국 한국사전학회 연구이사(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언어사전이 외국에 견줘 두껍고 비싼 이유는 언어사전 한 권이 모든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두꺼운 사전 한 권보다 세분화된 얇은 사전 여러 권이 공부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무턱대고 온라인 사전‘만’ 쓸 것이 아니라 온라인 사전의 단점을 종이 사전의 장점으로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철 다음커뮤니케이션즈 사전팀장은 “온라인 사전은 정보를 빨리 찾아주고, ’위키피디아’ 등의 손수제작물(UCC·User Created Contents)로 이뤄진 사전에서는 최신용어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순한 손동작으로 얻은 지식은 종이 사전을 찾는 것처럼 꼼꼼히 갈무리하지 않으면 그냥 휘발되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주요 포털사이트가 서비스하는 ‘지식검색’은 생활정보에는 유용할지 모르나 학습자료로 활용하기에는 정보의 신뢰도나 정확성이 떨어지므로 피해야 한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무턱대고 온라인 사전‘만’ 쓸 것이 아니라 온라인 사전의 단점을 종이 사전의 장점으로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철 다음커뮤니케이션즈 사전팀장은 “온라인 사전은 정보를 빨리 찾아주고, ’위키피디아’ 등의 손수제작물(UCC·User Created Contents)로 이뤄진 사전에서는 최신용어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순한 손동작으로 얻은 지식은 종이 사전을 찾는 것처럼 꼼꼼히 갈무리하지 않으면 그냥 휘발되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주요 포털사이트가 서비스하는 ‘지식검색’은 생활정보에는 유용할지 모르나 학습자료로 활용하기에는 정보의 신뢰도나 정확성이 떨어지므로 피해야 한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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