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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글로벌 창업 아이디어 ‘튀어야 산다’

등록 2008-08-10 19:58

‘2008 국제 무역 창업 대회’(International Trade Challenge)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섯 나라 청소년들은 세계를 보는 너른 눈을 키웠다. 사진은 발표 중인 우리나라 참가자들. 진명선 기자 <A href="mailto:torani@hani.co.kr">torani@hani.co.kr</A>
‘2008 국제 무역 창업 대회’(International Trade Challenge)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섯 나라 청소년들은 세계를 보는 너른 눈을 키웠다. 사진은 발표 중인 우리나라 참가자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6개국 18팀 참가한 국제무역창업대회
‘브라질’ ‘기타’ 열쇳말로 사업계획서 제출
조립식 기타 · 축구공 겸용 기타 등 선보여
‘전문적’ 한국팀 아쉽게 창의성 인정 못받아
“저희 비즈니스 컨셉트는 ‘커뮤지케이션(comMUSICation)’이예요. 기타에 인터넷을 연결해서 원하는 곡의 악보를 찾아 바로 연주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참, 기타에 휴대폰을 연결하면 통화 상대가 자기가 연주한 곡을 원음에 가까운 음질로 들을 수 있는 기능도 있어요. 기타로 하는 다양한 소통, 어때요? 괜찮아요?”

지난달 3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한 리조트. 초조한 기색의 김형주(18ㆍ민족사관고3)군과 조정완(18ㆍ민족사관고3)군이 은밀하게 사업계획을 털어놨다. 허황된 공상은 아니었다. 브라질 국민의 인터넷 사용률이 세계 7위에 달하고 브라질의 산업구조에서 통신업이 전체산업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해 있다는 사실에 기초한 합리적인 구상이었다. 이들이 묵는 방에는 경제, 경영, 마케팅 관련 책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밥 대신 먹은 초코바 껍질도 눈에 띄었다.

물류회사 페덱스(FedExㆍ한국지사장 채은미)와 비영리 청소년 경제교육 단체 주니어 어치브먼트(JAㆍJunior Ahchivementㆍ이사장 강경식)가 공동주최하는 ‘2008 페덱스-제이에이 국제 무역 창업 대회’ 사흘째 날이었다.

하루 전날 주최 쪽은 ‘브라질’과 ‘기타’라는 열쇳말을 대회의 주제로 던졌다. 대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호주, 홍콩 등 여섯 나라에서 온 고교생 18팀이 참가했다. 한 나라에서 두 명씩 짝을 이룬 세 팀이 뽑혀 나왔다. 우리나라는 지난 6월 말 열린 국내 예선에서 입상한 김형주군과 조정완군, 최보령(17ㆍ청심국제고2)양과 정나은(17ㆍ청심국제고2)양, 김규림(17ㆍ용인외고)군과 이문열(17ㆍ용인외고)군 등 모두 6명이 출전했다.

대회 마지막 날, 각자 만든 사업 계획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10대 청소년만이 낼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호주의 한 팀은 축구공을 겸용할 수 있는 접이식 기타를 선보였고 일본의 한 팀은 일본의 세계적인 문화상품 가라오케식 기타 연습실 ‘기타오케(GuitarOke)’를 창안했다.

경제에 대한 참가자들의 이해 수준은 심사위원들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기업이 마케팅 환경을 분석할 때 쓰는 스왓분석(SWOTㆍStrenth Weakness Opprttunity Threat)을 활용한 팀들도 많았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데이비드 로스 페덱스 남태평양 사장은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치밀하고 상세하게 사업 계획안을 짰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은 기업 경영과 국제 경제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모습이었다. 저가형 기타와 고가형 기타로 이원화해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 민사고팀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진땀을 뺐다. 청소년 경제교육의 하나로 이뤄지는 대회다웠다.

특히 우리나라 세 팀의 사업계획서는 다른 팀보다 전문성이 돋보였다. 용인외고팀은 앞으로 5년 동안 재정운용계획을 짜면서 매일 낼 수 있는 이윤을 직접 계산했다. “20개 지사에서 하루에 16개 정도를 판다고 하면 기타 하나당 이윤을 $10정도로 잡고 전부 곱해서 1년 이윤을 계산했어요. 김규림군의 말이다. 대다수의 참가 학생들이 1등으로 우리나라 세 팀을 꼽으며 “프로페셔널(professional)”한 점을 든 이유다. 말레이시아의 리안느 드 실바(16)는 “한국 팀은 아이디어도 좋지만 참고한 자료가 압도적으로 많고 무엇보다 ‘전문적’이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세 팀은 수상권에 들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이 학생들에게서 발견하고자 했던 것은 ‘전문성’이 아니라 ‘창의성’이었다. 심사위원이었던 잭 코사코우스키 제이에이 부회장은 “자료가 너무 많으면 어떤 상품을 왜 만들고 싶은지 뚜렷하게 밝힐 수 없어진다”며 “단순한 아이디어가 현실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다”고 했다. 결과에 대해 김형주군은 “우리 세 팀은 수치화하고 계량화하는 데 지나치게 집착했는데 그게 외려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를 줄였다”며 “한국에서 수학을 너무 심하게 가르쳐서 그런 것 같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일등상은 한국 국적이면서 일본팀으로 참가해 조립식 기타에 대한 사업 구상 발표했던 박노아(16ㆍ이치하라추오고)군에게 돌아갔다. 박군은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5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치바현에서 살고 있다. 여문환 한국 제이에이 사무국장은 “심사위원들은 우리 학생들의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실력에 대단히 놀랐다”며 “그럼에도 수상권에서 밀린 것은 영어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요리코 구로키 일본 제이에이 부회장은 “일본에서도 무조건 영어만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여기 참가한 학생들은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프르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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