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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비행기 안타고 글로벌 체험 떠나자

등록 2008-08-17 16:28수정 2008-08-17 17:00

글로벌 리더를 기르겠다며 내놓은 어른들의 방법은 ‘영어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영어’가 세계를 배우는 유일한 창은 아니다. 외국문화원을 통하면 세계를 보는 다양한 눈을 얻을 수 있다. 사진은 미국대사관 자료정보센터에서 미국외교관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외국문화원 200% 활용하기
대학도서관에도 없는 자료 빼곡하고
외교관 면담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청소년은 많다. 하지만 이들이 글로벌 리더십을 키울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교육의 12년 교육과정 가운데 제2외국어를 배우는 기간은 단 1년이다. 청소년 해외 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는 외고나 국제고에 집중되고 일반계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탐험’에 대한 욕심을 대학 입학 뒤로 미룬다.

그러나 국내에도 간편하게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외국문화원을 통해서다. 지난 6월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정책실이 실시하는 ‘정부간 청소년 교류’로 폴란드에 다녀온 신예은(18·서울 용화여고), 윤동은(18·서울 대원외고)양과 함께 서울에 있는 외국문화원 세 곳을 둘러봤다.

“미국의 외교관으로서 한국의 독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11일 오후 주한미국대사관 자료정보센터(Information Resource Center)에서는 ‘외교관과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안산 동산고에서 ‘외교관을 꿈꾸는 모임’을 하고 있는 학생 20여명이 요청한 행사였다. 자료정보센터는 중고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로버트 오그번 부공보참사관은 “미국 사람과 미국 문화를 제대로 아는 데는 책을 읽는 것보다 직접 만나고 체험하는 게 교육적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료정보센터에는 대학도서관에서도 구할 수 없는 미국 관련 전문 자료가 눈에 띄었다. 미국 연방법전은 물론 역대 재임한 대통령이 서명한 공문서 모음집도 있었다.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과가 직접 제작한 <미국의 명연설>이나 <살아있는 미국 역사와 민주주의 문서> 등의 책자는 학생들에게도 유용해 보였다. 책자에는 세계사 등 사회 교과 수업에서 배우는 ‘게티스버그 연설’이나 ‘트루먼 독트린’의 원문이 실려 있다.

신양은 “미국에 공립학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지만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며 “외국 문화에 관심있는 친구들도 많지만 이런 게 있는지 아는 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이 있어도 시간이 없는 인문계 고교 학생의 비애다.

그나마 각국 대사관과 문화원이 몰려 있는 서울에 있는 청소년은 사정이 낫다. 지역에 있는 청소년은 시간을 내도 갈 곳이 없다. 현재 프랑스문화원이 어학센터 격의 알리앙스프랑세즈를 전국 6개 도시에 운영하고 있으며, 대전에 독일문화원, 인천에 중동문화원, 대구에 스페인 문화원 정도가 있을 뿐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부산과 광주, 대구의 도서관에 ‘아메리칸 코너’라는 미국 자료 전문 서고를 만들어 놓고 있다. 자료정보센터 김수남 관장은 “센터에 있는 자료는 거의 누리집에 올라와 있으므로 여러 이유로 센터를 방문할 수 없는 청소년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문화원(Goethe-Institute)에서 두 학생은 독일 대학생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문화원 도서관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베를린자유대학 한국학과에 다니는 다니엘라 클라우스(26)씨였다. 독일 중고생들은 해외 체험의 기회가 많은지, 독일에는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는지, 독일에도 한국과 같은 영어 열풍이 있는지 두 학생은 얼굴이 상기된 채 질문을 쏟아냈다. 다른 문화와 다른 인종을 접촉하는 데 대한 갈증이 느껴졌다. 독일문화원에는 이처럼 독일의 대학생이 3개월 주기로 인턴으로 일하기 때문에 독일인을 만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독일 유학과 관련된 상담도 이뤄진다. 미국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윤양은 “유럽 유학은 학비도 싸고 좋은데 이런 문화원에 꾸준히 왕래했으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었겠다”며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는 유학은 지나치게 영어권 국가에 편중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자료 열람이나 대여를 해주는 여느 문화원과는 달리 독일문화원 도서관은 청소년에게 문턱이 낮았다. 학생증과 사진만 있으면 누구나 대출증을 만들 수 있고 당일 대출도 가능하다. 대개 주민등록증이 없는 청소년에게는 대출증을 발급하지 않는다. 토요일에 문을 여는 것도 청소년에게 좋다. 많은 문화원이 오후 5시면 문을 닫고 주5일 근무를 하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이용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을 찾았다. 일본음악정보센터에서는 일본의 유명한 록그룹의 공연실황 디브이디(dvd)가 상영되고 있었다. 음악정보센터 관계자는 “5만~6만원 정도 하는 일본 음악 디브이디를 사기는 버거운 학생들이 일부러 찾아와 보고 간다”고 귀띔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한일 아동미술작품 교류전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윤양은 “일본 학생들은 제목을 굉장히 추상적으로 짓는데 같은 사물을 봐도 생각하는 관점이 다른 것 같다”며 “미술작품을 통해 문화적 차이가 드러나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전시실에서는 일본 문화에 관한 다양한 전시가 연중 열린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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