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에서의 임원 경험은 사회성과 지도력을 길러주기도 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진학을 하는 데 중요한 ‘경력’이 되기도 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여고 학생들의 학생회장 선거운동 모습. 연합뉴스
진로교육
리더십 전형에 유리하고 사회성도 길러줘
학생들 ‘친밀감 갖춘 상위권’에 투표 경향 “모두 저리 비켜!” “일어나 임마!” 학급의 절대자로 담임보다 더한 권력을 휘두르던 엄석대의 대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형’ 리더는 정말 추억 속 인물이 됐다. 전교 회장부터 학급 내 반장, 부반장까지 이젠 학교 임원에 대한 자격 제한이 없다. 막연히 “힘이 센 친구”를 뽑았던 학생들, “반드시 우리 반 1등이 돼야 한다”고 말하던 교사의 편견도 사라졌다. 한양대 교육대학원 나지영씨는 ‘학급 임원의 리더십 유형 연구’라는 논문에서 “요즘 학교의 임원들은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친근한 친구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이는 권위주의 시대와 결별한 정치·사회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교생에게 임원 후보 자격이 주어지는 시대다. 후보 선출 시기가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학교가 술렁인다. 초등학생들의 경우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연설문 상담도 요청한다. 부모님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관련 업체를 찾아 반장선거 상담을 받는 학생들도 있다. 임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가 단순히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서’만은 아니다. 임원 경험을 통해 얻어갈 게 있기 때문이다. <내 아이의 리더십, 초등 반장선거로 결정된다>를 쓴 커뮤니케이션 교육전문가 이혜범씨는 “어린 시절 반장 경험이야말로 자신감과 리더십을 길러줄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학교 회장, 학급 반장, 부반장에게 많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니다. 다만 이들에겐 학교와 학급의 대표라는 명함과 여기에 맞는 책임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여러 학생들의 대표로 나설 기회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길러진다”고 말한다. 어느 분야이건 직업인의 능력 가운데 소통 능력과 사회성 등이 강조되는 때, 임원 경험은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일종의 ‘예행연습 시간’이 된다. 몇몇 학교에선 이 점에 주목해 매달 돌아가면서 반장할 기회도 준다. 임원 경험이 심리적인 면에서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반장이면 할 일도 많고 신경 쓸 것이 많아져 성적에 지장을 받을 거라는 짐작도 있지만, 사실상 성적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수원 화서초등학교 교사 강백향씨는 “자신감도 붙고 목적의식이 생겨서 그런지 어른스러워지고 오히려 성적이 오르는 학생들도 많다”고 했다. 이 경험은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일종의 ‘자격증’처럼 뚜렷한 경력이 되기도 한다. 이혜범씨는 “청심국제중학교, 민족사관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 등을 진학할 땐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구술 면접에서 임원 경험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 경력은 대학 진학 때도 쓸모가 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주요 대학들의 리더십 전형에선 반장·부반장·전교학생회장 등 학교 임원 경험이 있는 학생에게 기본 자격을 주고 있다. 임원 경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리더상’에 주목할 필요성을 말해준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의 임원선출 기준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단순히 힘이 세 친구들을 장악하거나 성적이 월등히 높은 친구에게 권한을 줬던 때와는 다르게 학생들은 여러 조건을 본다. 그 가운데 ‘성적’은 여전히 리더의 조건에 포함되는 항목이고, 여기에 ‘권위’가 아닌 ‘인화력’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대광고등학교 진로상담부 장호 교사(생물 담당)는 “성적 기준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성적이 낮은 리더는 리더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며 “반드시 1등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성적도 웬만큼 상위권이고 말을 잘하면서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친구를 원한다”고 말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고교 시절 자녀의 임원 경력으로 리더십 전형 합격을 꿈꿔보지만, 단순히 임원 경력이 있다고 안정적으로 대학 진학을 꿈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대 입학처 쪽은 “리더십 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내신 2등급 수준이며 여기서 먼저 걸러지고, 다음은 면접 등에서 걸러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성적 조건은 없지만 어느 수준의 성적이 리더의 능력을 가늠하는 기본적인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뜻이다. 강백향 교사는 “초등학생조차 어느 수준의 성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리더의 요건이라고 생각하고 임원을 선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 ‘리더십 전형’ 지원 어떻게 동국대ㆍ숙대 등 실시…내신 큰 비중 학생회, 학급 등 임원 경력이 있는 수험생은 수시모집 리더십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력이 있다고 합격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사실상 리더십 전형을 마련한 학교들은 내신 성적을 40~80% 수준으로 꽤 높게 반영한다. 또 10~5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는 논술이나 면접에서도 전공이나 학업 관련 질문들을 한다. 한 대학교 관계자는 “실제로 임원 경력은 리더십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리더십 자체가 점수로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니만큼 학업 관련 지식이나 성적까지 리더의 능력으로 생각해 평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부 성적을 많이 반영하는 학교도 있지만 수능 최저학력 등을 만들어놓은 경우도 있다. 동국대는 학생부 성적 반영률이 높은 학교 가운데 하나다. 수시2학기 1차 리더십 전형에서 64명을 모집하는데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과 서류 평가로 모집 인원의 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성적과 면접 성적을 합산해 최종 선발한다. 특히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이 80% 반영된다. 자연계열의 경우 아이티(IT)학부를 제외하곤 과학탐구 1과목이 3등급 안팎이어야 한다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도 있다. 숙명여대는 수시2학기 2차 에스(S) 리더십 학교장추천자 전형으로 337명을 뽑는다. 재학 기간 중 임원 등을 했거나 임원 경력이 없더라도 숙명여대 리더십개발원에서 주관하는 ‘에스 리드십 유스캠프’ 과정을 수료하면 지원 가능하다. 학생부 50%, 서류심사 15%, 면접 35%를 반영할 예정이며 인문계·생활과학부는 수능 4개 영역 가운데 2개 영역 평균 2등급 안팎, 자연계는 수능 4개 영역 가운데 1개 영역 2등급 안팎이어야 한다는 최저학력 기준이 있다. 숭실대와 한국외대도 학생부 성적을 70% 수준으로 반영하며 나머지는 각각 논술과 다면평가 점수를 30% 반영할 예정이다. 이 밖에 한양대, 경희대, 국민대, 상명대, 성균관대, 숭실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이 수시2학기 리더십 관련 전형을 실시한다. 김청연 기자
학생들 ‘친밀감 갖춘 상위권’에 투표 경향 “모두 저리 비켜!” “일어나 임마!” 학급의 절대자로 담임보다 더한 권력을 휘두르던 엄석대의 대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형’ 리더는 정말 추억 속 인물이 됐다. 전교 회장부터 학급 내 반장, 부반장까지 이젠 학교 임원에 대한 자격 제한이 없다. 막연히 “힘이 센 친구”를 뽑았던 학생들, “반드시 우리 반 1등이 돼야 한다”고 말하던 교사의 편견도 사라졌다. 한양대 교육대학원 나지영씨는 ‘학급 임원의 리더십 유형 연구’라는 논문에서 “요즘 학교의 임원들은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친근한 친구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이는 권위주의 시대와 결별한 정치·사회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교생에게 임원 후보 자격이 주어지는 시대다. 후보 선출 시기가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학교가 술렁인다. 초등학생들의 경우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연설문 상담도 요청한다. 부모님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관련 업체를 찾아 반장선거 상담을 받는 학생들도 있다. 임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가 단순히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서’만은 아니다. 임원 경험을 통해 얻어갈 게 있기 때문이다. <내 아이의 리더십, 초등 반장선거로 결정된다>를 쓴 커뮤니케이션 교육전문가 이혜범씨는 “어린 시절 반장 경험이야말로 자신감과 리더십을 길러줄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학교 회장, 학급 반장, 부반장에게 많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니다. 다만 이들에겐 학교와 학급의 대표라는 명함과 여기에 맞는 책임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여러 학생들의 대표로 나설 기회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길러진다”고 말한다. 어느 분야이건 직업인의 능력 가운데 소통 능력과 사회성 등이 강조되는 때, 임원 경험은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일종의 ‘예행연습 시간’이 된다. 몇몇 학교에선 이 점에 주목해 매달 돌아가면서 반장할 기회도 준다. 임원 경험이 심리적인 면에서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반장이면 할 일도 많고 신경 쓸 것이 많아져 성적에 지장을 받을 거라는 짐작도 있지만, 사실상 성적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수원 화서초등학교 교사 강백향씨는 “자신감도 붙고 목적의식이 생겨서 그런지 어른스러워지고 오히려 성적이 오르는 학생들도 많다”고 했다. 이 경험은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일종의 ‘자격증’처럼 뚜렷한 경력이 되기도 한다. 이혜범씨는 “청심국제중학교, 민족사관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 등을 진학할 땐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구술 면접에서 임원 경험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 경력은 대학 진학 때도 쓸모가 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주요 대학들의 리더십 전형에선 반장·부반장·전교학생회장 등 학교 임원 경험이 있는 학생에게 기본 자격을 주고 있다. 임원 경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리더상’에 주목할 필요성을 말해준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의 임원선출 기준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단순히 힘이 세 친구들을 장악하거나 성적이 월등히 높은 친구에게 권한을 줬던 때와는 다르게 학생들은 여러 조건을 본다. 그 가운데 ‘성적’은 여전히 리더의 조건에 포함되는 항목이고, 여기에 ‘권위’가 아닌 ‘인화력’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대광고등학교 진로상담부 장호 교사(생물 담당)는 “성적 기준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성적이 낮은 리더는 리더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며 “반드시 1등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성적도 웬만큼 상위권이고 말을 잘하면서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친구를 원한다”고 말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고교 시절 자녀의 임원 경력으로 리더십 전형 합격을 꿈꿔보지만, 단순히 임원 경력이 있다고 안정적으로 대학 진학을 꿈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대 입학처 쪽은 “리더십 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내신 2등급 수준이며 여기서 먼저 걸러지고, 다음은 면접 등에서 걸러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성적 조건은 없지만 어느 수준의 성적이 리더의 능력을 가늠하는 기본적인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뜻이다. 강백향 교사는 “초등학생조차 어느 수준의 성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리더의 요건이라고 생각하고 임원을 선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 ‘리더십 전형’ 지원 어떻게 동국대ㆍ숙대 등 실시…내신 큰 비중 학생회, 학급 등 임원 경력이 있는 수험생은 수시모집 리더십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력이 있다고 합격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사실상 리더십 전형을 마련한 학교들은 내신 성적을 40~80% 수준으로 꽤 높게 반영한다. 또 10~5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는 논술이나 면접에서도 전공이나 학업 관련 질문들을 한다. 한 대학교 관계자는 “실제로 임원 경력은 리더십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리더십 자체가 점수로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니만큼 학업 관련 지식이나 성적까지 리더의 능력으로 생각해 평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부 성적을 많이 반영하는 학교도 있지만 수능 최저학력 등을 만들어놓은 경우도 있다. 동국대는 학생부 성적 반영률이 높은 학교 가운데 하나다. 수시2학기 1차 리더십 전형에서 64명을 모집하는데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과 서류 평가로 모집 인원의 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성적과 면접 성적을 합산해 최종 선발한다. 특히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이 80% 반영된다. 자연계열의 경우 아이티(IT)학부를 제외하곤 과학탐구 1과목이 3등급 안팎이어야 한다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도 있다. 숙명여대는 수시2학기 2차 에스(S) 리더십 학교장추천자 전형으로 337명을 뽑는다. 재학 기간 중 임원 등을 했거나 임원 경력이 없더라도 숙명여대 리더십개발원에서 주관하는 ‘에스 리드십 유스캠프’ 과정을 수료하면 지원 가능하다. 학생부 50%, 서류심사 15%, 면접 35%를 반영할 예정이며 인문계·생활과학부는 수능 4개 영역 가운데 2개 영역 평균 2등급 안팎, 자연계는 수능 4개 영역 가운데 1개 영역 2등급 안팎이어야 한다는 최저학력 기준이 있다. 숭실대와 한국외대도 학생부 성적을 70% 수준으로 반영하며 나머지는 각각 논술과 다면평가 점수를 30% 반영할 예정이다. 이 밖에 한양대, 경희대, 국민대, 상명대, 성균관대, 숭실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이 수시2학기 리더십 관련 전형을 실시한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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