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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직업체험 고사하고 ‘잡일’만 방학 실습생은 ‘공짜 노동력’

등록 2008-08-18 21:33

미용·치위생·관광 관련학과 대학생
학점에 취업까지 걸려 항의도 못해
#1. ㄱ전문대 미용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임아무개씨는 이번 여름방학 때 한 달 반 동안 집 근처 대형 미용실에서 ‘실습’을 했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2시간씩 일했지만, 돈은 단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했다. 임씨는 “하루 종일 자리에 한 번 앉지도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고 손님들 머리를 감기는 등 잡일만 했다”며 “실무 경험을 쌓으러 갔는데 정작 파마나 드라이 등은 한 번도 못 해 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 ㄴ대 유아교육과에 다니는 이아무개씨도 어린이집에 실습을 나갔다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어린이집 교사와 똑같이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한 달 넘게 일했지만 이씨 역시 돈은 받지 못했다. 이씨는 “한 살짜리 기저귀 가는 일부터 7살짜리 점심 배식까지 온갖 일을 다 했다”며 “교사가 실습 점수 채점 권한을 갖고 있어서 과도한 일을 시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3. ㄷ대 치위생과에 다니는 오아무개씨 역시 방학 동안 동네 치과로 실습을 나갔지만 ‘잡일’만 했다. 오씨는 “의사·간호사보다 일찍 나와 청소를 하고 손님들에게 차를 타주는 일만 했다”며 “잡역부도 아닌데 의료기기는 한 번도 잡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건 실습이 아니라 노동 착취”라고 잘라 말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직업 현장에서 체험해 보는 ‘실습교육’에 나선 대학생들이 전공과 관련도 없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은 미용, 유아교육, 치위생, 관광, 호텔경영 등 대부분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실습 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학과 학생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학교 규정에 따라 학점을 따는 동시에 취업을 위한 현장 경험을 하기 위해 실습에 나선다. 하지만 1~2달 정도의 실습 기간 동안 하루 10~12시간씩 ‘잡일’에 시달리기 일쑤다. 또 실습비 역시 전혀 받지 못하거나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10만원 정도 받는 것이 고작이다. 부산 ㄹ대 관광학과의 한 학생은 “실습을 나간 회사에 취직을 하는 경우가 많아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항의하기가 힘들다”며 “취업대란 시대에 실습생은 ‘공짜 노동력’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역의 한 대학 피부미용학과 교수는 “정규 수업 과정이라면 학기 중에 실습을 나가도록 하거나, 학교 쪽에서 실습비 명목으로 교통비, 식대 정도는 지급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럴 경우 등록금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강영구 변호사는 “업체와 학생 사이에 구체적인 근로 의사에 관한 논의가 있었을 경우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며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보호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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