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경제분야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가 지난 2월 서울 운니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삼성 계열사 주총 등에서 펼칠 활동계획을 설명하는 모습.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 교과서 / 9. 제시문 분류
기출문제 유형 1-서울대 2008 예시 1 [난이도 수준-중2~고1]
※ (가), (나), (다), (라)를 입장에 따라 2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그렇게 나눈 이유를 논술하시오.
(가) 시장이 항상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독과점의 횡포, 환경오염의 피해, 공공재의 생산 부족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의 경제 활동에 개입해 왔다.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제, 공기업을 통한 독점 사업의 운영,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에 대한 규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정부는 특정 산업 부문에서의 기업 활동에 대한 인·허가를 특정한 업자에게만 내주기도 하는데, 이는 기업 간의 과도한 경쟁 방지, 공익 증진 등을 위해서이다. (생략)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나) 정부 규제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기업 경쟁력의 약화, 기업과 정부의 유착, 관료 집단의 이기주의와 부정·부패 등이 바로 그것이다. 1980년대 이후 세계 여러 나라들은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민간의 능동적 참여와 자발적 창의가 실현될 때,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예를 들어보자. 19세기에 세계 제일의 경제력을 보유하였던 영국은 20세기 들어 소위 ‘영국병’이라 불리게 된 지속적인 생산성의 하락과 수출 시장의 축소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영국병’의 원인은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 공공 부문의 지나친 비대화, 강성 노조로 인한 노동 시장의 경직성 등에 있었다. (생략)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다) 모든 개인은 그가 좌우할 수 있는 모든 자본에 대해서 가장 유리한 용도를 발견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 자신의 이익추구가 자연적으로 또는 오히려 필연적으로 그에게 가장 유리한 용도를 선호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중략) 물론, 각 개인은 사회공공의 이익을 촉진하려고 직접 노력하지 않고, 실제로 자신이 어느 정도 사회공공의 이익을 촉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외국의 산업보다 국내의 산업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함이고, 그가 그 산업의 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게 되도록 그 산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것은 그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그는 이 경우에도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추구하게 되는 셈이다. 그것이 그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것은 반드시 사회에 대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실제로 사회의 이익을 직접 추구했을 경우보다 더욱 유효하게 사회의 이익을 증진하는 수가 많은 것이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라) 인간과 자연 환경의 운명이 순전히 시장 메커니즘 하나에 좌우된다면, 결국 사회는 폐허가 될 것이다. 구매력의 양과 사용을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결정하는 것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 비록 사람들은 ‘노동력’도 똑같은 상품이라고 우겨대지만, 일하라고 재촉하거나 마구 써먹거나, 심지어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 두거나, 어쨌든 그 특별한 상품을 몸에 담은 인간 개개인은 반드시 영향을 입게 마련이다. (생략) 노동시장, 토지 시장, 화폐 시장이 시장 경제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라는 사회의 실체와 경제 조직이 보호받지 못한 채 그 ‘악마의 맷돌’에 노출된다면, 어떤 사회도 무지막지한 상품 허구의 경제 체제가 몰고 올 결과를 한순간도 견뎌 내지 못할 것이다. -칼 폴라니, <거대한 변환>
■ 해결 전략 제시문 (가)는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을 언급한다. 독과점의 횡포, 환경오염의 피해, 공공재 생산 부족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 활동의 규제 및 공기업을 통한 독점 사업 운영 등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정부 규제에 따라 나타나게 된 부정적 결과를 ‘영국병’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정부 규제가 실패함에 따라 시장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선회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다)는 개인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의 기능에 의해 전체 사회의 이익을 창출하게 된다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을 담고 있다. (라)는 시장 메커니즘을 비판하는 내용인데, 시장의 기능에 의존할 때 사회는 폐허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만약 논의의 대상을 기준으로 이들 제시문을 분류한다면 (가)와 (나)는 정부의 개입, (다)와 (라)는 시장 매커니즘을 다뤘다는 점에서 나뉠 수 있다. 그런데 논제에는 제시문을 분류하는 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논제에서 제시한 분류 기준은 ‘입장’이다. 시장의 기능에 대한 입장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제시문은 (나), (다)와 (가), (라)로 분류된다. 제시문 (나)와 (다)는 시장의 순기능적 측면을, (가)와 (라)는 시장의 역기능과 시장 메커니즘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을 분류한 이유를 설명할 때는 각 제시문에 나타난 관점에 초점을 맞춰 서술해야 한다.
■ 관점 넓히기 국가의 시장 개입과 경제민주화 (대한민국 헌법 119조는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보장한 규정이다. 이 조항을 왜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하는지 알려주는 글이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헌법적 장치를 둔 것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을 두고 위헌 소송을 냈을 때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의원은 헌법 119조 2항을 들어 삼성의 위헌 주장을 일축했다. 1987년 9차 개헌 때 들어간 “국가는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이른바 ‘경제 민주화’ 조항이 그것이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1930년대 미국 행정부가 추진한 뉴딜 정책이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반대하는 기업들의 위헌 소송으로 다 뒤집어진 역사적 경험이 있다. 우리 역시 압축성장 과정에서 힘이 세진 재계가 언젠가는 국가의 간섭과 개입에 ‘도전’할 것을 우려해 이 조항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87년 개헌’은 직선제 도입과 의회 기능 강화 등 정치적 민주주의와 동시에 경제적 민주주의를 대폭 강화했다. 김 의원의 말처럼 위정자들의 선견지명 때문이 아니라, 당시 봇물처럼 터진 노동자·농민 등 경제적 약자의 기본권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119조 2항은 국가의 시장 개입과 공적 기능에 정당성을 부여한 핵심 조항이다. 국토·자원의 개발(120조), 농자유전 원칙(121조), 농어업·중소기업 육성(122조), 소비자 보호(124조) 등 다른 헌법 조항의 근거이자, 공정거래법, 노동 3법, 소비자보호법, 중소기업육성법 등 많은 관련법의 법률적 뿌리다. 물론 현실은 보수적인 법 해석(토지공개념 위헌 판결이 대표적이다)과 법 집행으로 많이 뒤틀리긴 했지만, ‘사회적 시장경제주의’라고 규정할 만큼 경제 조항만큼은 당시로선 선진적인 틀과 내용을 갖춘 것이다. 재계 처지에선 이 조항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37조), 경영 불간섭(126조), 사유재산권 보장(23조) 조항 등을 들어 끈질기게 위헌 소송을 내지만 번번이 이 조항에 가로막힌 때문이다. 재계의 시각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는 같은 조 1항이 우리 경제의 기본 원리이고, 2항은 이를 보완하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상속세 논란도 마찬가지다. 재계는 현행 상속·증여세법의 포괄주의 원칙과 높은 세율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며 위헌 목소리를 높인다. 민주주의나 시장경제 앞에 꼭 ‘자유’란 말을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학자와 언론, 기득권 단체들도 시비를 건다. 투자든 일자리든 정부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는 게 신념이어서, 국가가 ‘시장과 재산권’을 제한하는 일체의 행위에는 원초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이들이 출자총액 제한제도 등 기업 규제정책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개정 사립학교법에까지 일관되게 쌍심지를 켜는 이유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좋든 싫든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재계와 기득권층은 벌써부터 헌법의 경제 조항을 폐지하거나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87년보다 훨씬 보수화됐다. 정치권은 권력 구조와 대통령 임기 말고는 별 관심이 없고, 개혁적이라는 젊은 의원들은 재벌 연구소와 교감하며 ‘자본의 세례’에 흠뻑 젖어 있는 게 현실이다. 시민사회에선 기본권 강화와 토지공개념 도입을 주장하며 맞불을 놓겠다지만 잘 될지 걱정스럽다. 자본과 시장의 거친 공세로부터 ‘경제 민주화’ 조항을 지켜내는 것조차 힘에 부쳐 보이니 말이다. 김회승 논설위원, <한겨레> 2006년 6월9일치 칼럼
(나) 정부 규제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기업 경쟁력의 약화, 기업과 정부의 유착, 관료 집단의 이기주의와 부정·부패 등이 바로 그것이다. 1980년대 이후 세계 여러 나라들은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민간의 능동적 참여와 자발적 창의가 실현될 때,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예를 들어보자. 19세기에 세계 제일의 경제력을 보유하였던 영국은 20세기 들어 소위 ‘영국병’이라 불리게 된 지속적인 생산성의 하락과 수출 시장의 축소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영국병’의 원인은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 공공 부문의 지나친 비대화, 강성 노조로 인한 노동 시장의 경직성 등에 있었다. (생략)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다) 모든 개인은 그가 좌우할 수 있는 모든 자본에 대해서 가장 유리한 용도를 발견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 자신의 이익추구가 자연적으로 또는 오히려 필연적으로 그에게 가장 유리한 용도를 선호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중략) 물론, 각 개인은 사회공공의 이익을 촉진하려고 직접 노력하지 않고, 실제로 자신이 어느 정도 사회공공의 이익을 촉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외국의 산업보다 국내의 산업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함이고, 그가 그 산업의 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게 되도록 그 산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것은 그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그는 이 경우에도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추구하게 되는 셈이다. 그것이 그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것은 반드시 사회에 대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실제로 사회의 이익을 직접 추구했을 경우보다 더욱 유효하게 사회의 이익을 증진하는 수가 많은 것이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라) 인간과 자연 환경의 운명이 순전히 시장 메커니즘 하나에 좌우된다면, 결국 사회는 폐허가 될 것이다. 구매력의 양과 사용을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결정하는 것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 비록 사람들은 ‘노동력’도 똑같은 상품이라고 우겨대지만, 일하라고 재촉하거나 마구 써먹거나, 심지어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 두거나, 어쨌든 그 특별한 상품을 몸에 담은 인간 개개인은 반드시 영향을 입게 마련이다. (생략) 노동시장, 토지 시장, 화폐 시장이 시장 경제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라는 사회의 실체와 경제 조직이 보호받지 못한 채 그 ‘악마의 맷돌’에 노출된다면, 어떤 사회도 무지막지한 상품 허구의 경제 체제가 몰고 올 결과를 한순간도 견뎌 내지 못할 것이다. -칼 폴라니, <거대한 변환>
■ 해결 전략 제시문 (가)는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을 언급한다. 독과점의 횡포, 환경오염의 피해, 공공재 생산 부족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 활동의 규제 및 공기업을 통한 독점 사업 운영 등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정부 규제에 따라 나타나게 된 부정적 결과를 ‘영국병’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정부 규제가 실패함에 따라 시장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선회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다)는 개인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의 기능에 의해 전체 사회의 이익을 창출하게 된다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을 담고 있다. (라)는 시장 메커니즘을 비판하는 내용인데, 시장의 기능에 의존할 때 사회는 폐허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만약 논의의 대상을 기준으로 이들 제시문을 분류한다면 (가)와 (나)는 정부의 개입, (다)와 (라)는 시장 매커니즘을 다뤘다는 점에서 나뉠 수 있다. 그런데 논제에는 제시문을 분류하는 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논제에서 제시한 분류 기준은 ‘입장’이다. 시장의 기능에 대한 입장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제시문은 (나), (다)와 (가), (라)로 분류된다. 제시문 (나)와 (다)는 시장의 순기능적 측면을, (가)와 (라)는 시장의 역기능과 시장 메커니즘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을 분류한 이유를 설명할 때는 각 제시문에 나타난 관점에 초점을 맞춰 서술해야 한다.
■ 관점 넓히기 국가의 시장 개입과 경제민주화 (대한민국 헌법 119조는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보장한 규정이다. 이 조항을 왜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하는지 알려주는 글이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헌법적 장치를 둔 것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을 두고 위헌 소송을 냈을 때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의원은 헌법 119조 2항을 들어 삼성의 위헌 주장을 일축했다. 1987년 9차 개헌 때 들어간 “국가는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이른바 ‘경제 민주화’ 조항이 그것이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1930년대 미국 행정부가 추진한 뉴딜 정책이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반대하는 기업들의 위헌 소송으로 다 뒤집어진 역사적 경험이 있다. 우리 역시 압축성장 과정에서 힘이 세진 재계가 언젠가는 국가의 간섭과 개입에 ‘도전’할 것을 우려해 이 조항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87년 개헌’은 직선제 도입과 의회 기능 강화 등 정치적 민주주의와 동시에 경제적 민주주의를 대폭 강화했다. 김 의원의 말처럼 위정자들의 선견지명 때문이 아니라, 당시 봇물처럼 터진 노동자·농민 등 경제적 약자의 기본권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119조 2항은 국가의 시장 개입과 공적 기능에 정당성을 부여한 핵심 조항이다. 국토·자원의 개발(120조), 농자유전 원칙(121조), 농어업·중소기업 육성(122조), 소비자 보호(124조) 등 다른 헌법 조항의 근거이자, 공정거래법, 노동 3법, 소비자보호법, 중소기업육성법 등 많은 관련법의 법률적 뿌리다. 물론 현실은 보수적인 법 해석(토지공개념 위헌 판결이 대표적이다)과 법 집행으로 많이 뒤틀리긴 했지만, ‘사회적 시장경제주의’라고 규정할 만큼 경제 조항만큼은 당시로선 선진적인 틀과 내용을 갖춘 것이다. 재계 처지에선 이 조항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37조), 경영 불간섭(126조), 사유재산권 보장(23조) 조항 등을 들어 끈질기게 위헌 소송을 내지만 번번이 이 조항에 가로막힌 때문이다. 재계의 시각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는 같은 조 1항이 우리 경제의 기본 원리이고, 2항은 이를 보완하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상속세 논란도 마찬가지다. 재계는 현행 상속·증여세법의 포괄주의 원칙과 높은 세율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며 위헌 목소리를 높인다. 민주주의나 시장경제 앞에 꼭 ‘자유’란 말을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학자와 언론, 기득권 단체들도 시비를 건다. 투자든 일자리든 정부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는 게 신념이어서, 국가가 ‘시장과 재산권’을 제한하는 일체의 행위에는 원초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이들이 출자총액 제한제도 등 기업 규제정책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개정 사립학교법에까지 일관되게 쌍심지를 켜는 이유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좋든 싫든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재계와 기득권층은 벌써부터 헌법의 경제 조항을 폐지하거나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87년보다 훨씬 보수화됐다. 정치권은 권력 구조와 대통령 임기 말고는 별 관심이 없고, 개혁적이라는 젊은 의원들은 재벌 연구소와 교감하며 ‘자본의 세례’에 흠뻑 젖어 있는 게 현실이다. 시민사회에선 기본권 강화와 토지공개념 도입을 주장하며 맞불을 놓겠다지만 잘 될지 걱정스럽다. 자본과 시장의 거친 공세로부터 ‘경제 민주화’ 조항을 지켜내는 것조차 힘에 부쳐 보이니 말이다. 김회승 논설위원, <한겨레> 2006년 6월9일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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