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정‥ 다양한 책 접하게 해주세요
3학년 남자 아이의 엄마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다른 엄마들처럼 많이 읽어 주는 편은 못되지만 저녁에는 한두 권이라도 읽어 주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는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엄마가 권해 주는 책을 그런대로 잘 보더니 요즘에는 <마법 천자문>처럼 유행하는 흥미 위주의 책만 좋아합니다. 엄마가 권하는 책은 그다지 적극적으로 찾아 읽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 그리고 책 읽기 지도를 성공적으로 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거예요. 3학년쯤 되면 아이들이 또래 집단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책이 무지 재미있다더라 하면 어떻게든 동무들이 말하는 책을 구해 봅니다. 또래 문화의 현상이기도 하고,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하고, 그런 책이 쉽게 손에 잡히기도 해서입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자주 접하는 문화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한번 자극적인 책 맛을 들이면 자꾸 그런 책만 찾게 됩니다.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아이들은 이렇게 유행하는 책에 관심을 갖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그런 책이 시시하다고 느끼는 순간을 접하기도 하거든요. 성장의 한 과정이라는 거지요. 그러나 자극적인 독서로 자리를 잡을 수도 있으니 지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가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부족하겠지만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다양한 책의 문화를 접하게 하면서 서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문화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많이 갖게 했으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여전히 흥미 위주의 책을 집어 들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가 원하는 책을 사 가지고 와서 함께 읽고, 그러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판하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져 보세요. 가장 나쁜 책은 가장 좋은 토론 교재가 될 수 있거든요. 아이를 위해서는 아이들 학교를 배경으로 선생님과의 갈등과 이의 해결 과정을 그린 <나쁜 어린이표>(황선미/웅진), 말레이시아 어린이들의 생활을 다룬 만화 <캄펑의 개구쟁이>(오월), 여러 나라 아이들의 생활 이야기를 재미있게 다룬 <난 집을 나가 버릴테야>(푸른나무)처럼 아이들 생활에 기반을 둔 동화나 옛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에 따라 요즘의 지식이나 정보를 다룬 책 등은 아이도 좋아할 거예요.
조월례/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 weul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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