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용기있는 아이들
<세상을 바꾼 용기 있는 아이들>은 적어도 ‘역사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의미심장한 책이다. 남성 중심의 역사(history)를 여성의 역사(her-story)를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를 넘어, 역사 속 또 다른 ‘마이너리티’인 어린이를 중심에 놓고 세상의 진보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 시도가 어설펐다면 역사에 대한 ‘과잉해석’이라고 외면할 법도 하지만, 역사소설과 어린이논픽션을 쓴다는 미국 출신의 지은이는 다양한 자료와 역사서를 뒤져 그 생생한 전형을 발굴해냈다.
파키스탄에서 어린이 노예노동을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다 13살의 나이로 암살당한 이크발 마시흐, 흑인 차별에 온몸으로 맞서 미국 흑인민권운동에 불씨를 지핀 15살의 클로데트 콜빈, 베트남전 반대 운동을 펼치는 동시에 학생의 표현의 자유권을 주장하며 대법원에서 법정투쟁을 벌인 13살의 메리 베스 팅커 등이 주인공이다. 세계 최초의 점자를 개발한 건 15살의 시각장애인 루이 브라이였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폭력을 반대한 아셀 아슬레는 15살의 나이에 두 나라 평화공존을 모색하는 헌장을 발표했다.
‘영웅’은 곧잘 비극과 만나기 마련이어서, 이 책에 등장하는 21명의 10대 영웅의 상당수는 어린 나이에 요절했다. 대부분 그 나이가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폭력이나 억압과 맞서다 어이없이 맞닥뜨린 죽음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비극적인 어린 영웅이 되라고 아이를 등 떠미는 부모는 없을 테니, 이 책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의 예민한 감성으로 바라본 터무니없는 폭력과 차별의 역사는 깊이 음미할만하다. 어른의 지혜를 갈고닦기도 전에 어린 나이의 용기만으로 스스로를 폭력 앞에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삶도 곱씹어 마땅하다. 용기 있는 아이들이 두드러진 세상은 비겁한 어른들이 많은 세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학년, 제인 베델 지음, 김선봉 옮김, 김순금 그림. 꼬마이실/9800원.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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