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브레드가든 제빵 실습실에서 유형근씨(오른쪽)가 쿠키 반죽을 하고 있다.
직장인 아빠들 빵만들기 강좌 노크, “집에서 해보니 아이들 너무 좋아해” 반죽하고 썰고 냄새맡고 표현하고‥ 요리과정 통해 다양한 교육적 효과 두 딸을 둔 회사원 유형근(35·서울 강남구 개포동)씨는 이번 어린이날에 자신이 손수 만든 케이크를 아이들에게 선물로 줄 작정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빵 굽기 강습 현장에서 만난 유씨는 사과 케이크와 카스테라, 쿠키를 만드는 법을 배우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유씨는 “지난 수업에 배운 파운드 케이크를 집에서 만들었더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며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놀이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고 흐뭇해 했다. 주5일 근무제에 이어 3월부터 주5일 수업제가 실시되면서, 이처럼 아이들과 함께 케이크나 쿠키를 만들며 주말을 보내는 아버지들이 늘고 있다. 평일 빵 굽기 강좌가 대개 주부들로 북적대는 것과 달리, 주말·휴일 강좌엔 ‘직장인 아빠’들이 꽤 참여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유씨가 참가한 빵 굽기 강좌 ‘홈 베이킹 교실’을 운영하는 ㈜브레드가든의 정주연(37) 개발실장은 “오븐 보급이 늘고 웰빙 열풍이 불면서 제과·제빵 강좌에 남성들의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주말엔 아버지들의 참여가 활발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없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남성들이 문의하는 일조차 없었는데, 요즘엔 남성 수강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했다. 유씨도 누나가 집에서 빵과 과자를 만드는 걸 보고 자신도 직접 배워 보고 싶었지만 정작 수강하기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주변에 관심 있는 아버지들이 적지 않은데, 직접 배우기까지는 용기와 결단도 필요한 것 같다”며 쑥스럽다는 듯 말했다. 요리 함께 하기가 그렇듯, 부모가 케이크나 쿠키를 자녀들과 함께 구워 보면 가족 사이의 정을 돈독히 할 뿐 아니라, 자녀의 인성 발달에도 좋고 집중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자녀와 얘기할 거리가 많아지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소중한 체험을 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아이가 반죽을 하고 달걀 거품을 내면서 부모와 호흡을 맞추기도 하고, 쿠키 모양을 빚으면서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990002%% 어린이 요리 강좌를 진행해 온 진소연(31·숙명여대 음식문화연구원 전임강사)씨는 “단지 요리법을 가르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재료 준비부터 완성까지 다양한 연계 활동이 가능해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요리를 통해 여러 가지 재료를 보고, 만지고, 썰고, 끓이고 냄새를 맡으면서 이를 표현하는 다양한 낱말을 배우고 말한다는 것이다. 진씨 등은 “아이들에게 요리 수업을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뒷정리도 한다”며 “자신이 음식을 직접 만들었기 때문인지, 싫어하는 재료가 들어 있어도 맛있게 먹고 가족과 함께 먹으려고 꼭 챙겨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빵 굽기는 여느 요리하기보다도 훨씬 하기가 쉽다.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 재료도 가까운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오븐이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케이크나 카스테라는 전기밥솥으로 구울 수 있고, 쿠키는 2만~5만원 하는 오븐형 토스터를 활용하면 된다. 집에 달걀과 우유, 버터, 청주가 있다면, 2천~3천원만으로도 전기밥솥을 이용한 카스테라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바닐라 설탕과 박력분 밀가루, 유산지만 사면 된다. 그래서 초등 고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빵 굽기 실습을 하기도 하고, 방학이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가 차츰 인기를 얻고 있다. 곧 닥친 어린이날을 보낼 계획을 아직도 잡지 못해 고민하는 아버지라면 아이들과 함께 케이크나 쿠키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북적대는 놀이공원에 가거나 값비싼 장난감을 사 주는 것보다 더 진한 감동을 끌어낼지도 모를 일이다. 글·사진 곽용환 기자 yh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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