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서의 동양신화 속으로
천체 신화 중에서 이제 별의 신화에 대해 알아보자. 고대 동양인들은 별 중에서 북두칠성에 특히 주목하였다. 항상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 항해나 여행길에서 길잡이가 되었던 북두칠성은 신성한 별로 숭배되었다.
고대인들은 북두칠성이 천상 세계의 중심에 있다고 상상하였고 죽은 사람의 혼은 모두 이곳으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하였다. 북두칠성의 신, 즉 곧 일곱 북두성군(北斗星君)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관리하는 것으로 믿어졌다.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북두칠성을 숭배하였다. 충청북도에서 북두칠성이 새겨진 고인돌 돌판이 발견되었고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북두칠성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북두칠성 이외에도 새벽녘에 유난히 반짝이는 샛별, 곧 금성의 신인 태백금성(太白金星)은 길 잃은 자의 수호신이었고, 견우·직녀 이야기로 유명한 견우성과 직녀성은 각각 농업과 길쌈이 잘되고 못되는 것을 알려 주는 별들이었다.
자연현상을 신격화한 것 중에는 바람·구름·비·우레 등에 관한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농업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일찍부터 숭배 대상이 되어 왔다. 고대 은나라에서는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들을 숭배하고 이들의 신, 곧 풍신(風神)에게 제사를 드렸다. 흥미로운 것은 제물로 개고기를 바쳤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 서양 사람들에게 혐오 식품으로 간주되고 있는 개고기가 고대 동양에서는 신성한 음식이었던 셈이다. 바람의 신, 곧 풍신은 나중에 풍백(風伯) 또는 비렴(飛廉)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비렴이라는 이름은 우리말의 ‘바람’에서 유래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비의 신은 우사(雨師), 구름의 신은 운사(轅痍뮌신은 뇌신(神) 등으로 불렸다. 청나라 때 그려진 이들 신에 대한 그림을 보면 하늘에서 풍신은 풍선 같은 자루에서 바람을 꺼내고, 우사는 물뿌리개로 비를 뿌리며, 뇌신은 여러 개의 북을 힘차게 두드리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들 중에서 풍백, 우사, 운사는 황제와 치우와의 전쟁 때 치우 편에 가담하였고 나중에는 환웅 천왕이 지상에 내려가 고조선을 세울 때 참여한다. 이로 보아 이들 자연신은 고대에 우리 민족과 관련이 깊었던 신들임을 알 수 있다.
자연현상을 의인화하거나 신격화하는 일은 원시 인류에게는 보편적이었다. 인도 신화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이런 자연신들이 많이 보인다. 최고신 제우스는 원래 우레의 신이었다. 우리는 인간처럼 묘사된 자연신들의 모습으로부터 고대인들이 자연과 인간을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한가지로 여겼던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사고는 그동안 자연을 파괴하여 거칠고 기계적이 된 우리의 마음에 따뜻한 느낌을 불어넣어 준다. 자연신화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자연과 멀어졌던 거리를 회복할 수 있다.
정재서이화여대 교수
정재서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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