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영어 학원 차 안에서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아싸봉, 이제 일기 안 써도 된단다.” “아! 쪼아, 사생활 침해 안 당하겠네.” “손 안 아프고 잠자서 좋다.”
나도 친구들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에게는 일기에 대한 아픈 추억이 많다. 4학년 때 선생님은 일기에 목숨을 건 것처럼 매일 일기를 쓰지 않으면 빗자룻대로 발바닥을 세 대씩 때렸다. 나는 맞지 않으려고 형식적으로 대충 일기를 꼬박꼬박 적었다. 그런데 문제는 방학 때였다. 일기를 40일 동안 미뤄 두었다가 한꺼번에 쓰려고 하니 정말 고역이었다. 날씨를 안 쓰면 선생님의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날씨도 꼭 적어야 한다. 그런데 날씨도 헷갈리고 요일과 날짜를 맞춰서 40편의 드라마를 만들려고 하니 나처럼 재주 없는 아이는 더 힘들었다. 장편 소설을 쓰는 작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고나 할까.
어른들은 간혹 이해가 안 된다. 어른들은 듣기 좋은 소리로 ‘일기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일기가 삶의 기록이라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하는데 과연 일기를 쓰는 어른은 몇 명이나 될까? 또 어른들은 일기 검사도 안받고, 검사를 안 받으니 쓰지도 않는다. 초등학교 때 잠시 일기를 쓴다고 지속적으로 어른이 되어 일기를 쓰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어른들의 말씀에 공감을 하면서도 비밀은 적고 싶지 않고 선생님 보시기에 적당한 것만 골라 적기도 한다. 그렇게 억지로 적으려 하니 거짓말 하는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이 괴로울 때도 많았다.
선생님들께서도 일기 검사를 형식적으로 할 때가 많다. 이제 일기는 자율에 맡겨 검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변지성/울산 명정초등학교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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