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주장글] 삶의 기록, 왜 검사하죠?

등록 2005-05-01 16:41수정 2005-05-01 16:41

어제 영어 학원 차 안에서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아싸봉, 이제 일기 안 써도 된단다.” “아! 쪼아, 사생활 침해 안 당하겠네.” “손 안 아프고 잠자서 좋다.”

나도 친구들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에게는 일기에 대한 아픈 추억이 많다. 4학년 때 선생님은 일기에 목숨을 건 것처럼 매일 일기를 쓰지 않으면 빗자룻대로 발바닥을 세 대씩 때렸다. 나는 맞지 않으려고 형식적으로 대충 일기를 꼬박꼬박 적었다. 그런데 문제는 방학 때였다. 일기를 40일 동안 미뤄 두었다가 한꺼번에 쓰려고 하니 정말 고역이었다. 날씨를 안 쓰면 선생님의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날씨도 꼭 적어야 한다. 그런데 날씨도 헷갈리고 요일과 날짜를 맞춰서 40편의 드라마를 만들려고 하니 나처럼 재주 없는 아이는 더 힘들었다. 장편 소설을 쓰는 작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고나 할까.

어른들은 간혹 이해가 안 된다. 어른들은 듣기 좋은 소리로 ‘일기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일기가 삶의 기록이라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하는데 과연 일기를 쓰는 어른은 몇 명이나 될까? 또 어른들은 일기 검사도 안받고, 검사를 안 받으니 쓰지도 않는다. 초등학교 때 잠시 일기를 쓴다고 지속적으로 어른이 되어 일기를 쓰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어른들의 말씀에 공감을 하면서도 비밀은 적고 싶지 않고 선생님 보시기에 적당한 것만 골라 적기도 한다. 그렇게 억지로 적으려 하니 거짓말 하는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이 괴로울 때도 많았다.

선생님들께서도 일기 검사를 형식적으로 할 때가 많다. 이제 일기는 자율에 맡겨 검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변지성/울산 명정초등학교 6학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