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만 생각해야 하는 고3들은 힘들다. 경기 안산의 한 고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어섰다. 어느 정도 새 학년에 적응도 되어 가고 따스한 봄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때이건만, 고3들은 봄을 느낄 여유도 없이 초조하고 긴장된 일상을 이어 가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은 과연 어떠할까? 고3들은 우선 엄청난 시간을 공부에 할애한다. 쉬는 시간, 식사 시간에 이어 ‘야자’ 시간까지 공부 속에 묻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 학교 오기가 무섭게 신문 사설과 기사를 읽고, 쉬는 시간 같은 자투리 시간마다 영어 단어장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이제 고3의 정형화된 풍경이 됐다. 요즘엔 <교육방송> 수능 강의까지 등장해 학생들을 옭아맨다. 많은 공부량은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체력 저하, 변비 등의 문제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예민하고 운동이 부족하기 쉬운 시기이다보니 여학생들에겐 변비나 수면 부족이 굉장한 골칫거리이다. 변비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학생들은 수시로 요구르트와 물을 마셔댄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만 치면 공습경보가 울린 듯 일제히 책상에 엎드리는 모습도 고3 교실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경기 안산 동산고 3학년 김하랑(18)양은 “쉬는 시간 10분 동안의 수면은 마치 1시간을 잔 것 같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잠이 올 땐 교실 뒤편에 가서 서 있거나 부모님 생각을 하면서 잠을 쫓아 보려 애쓰기도 한다. 어떤 학생들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3학년 김민정(18)양은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음악을 크게 들어 스트레스를 풀거나 우울한 날은 울기도 한다”고 자신의 심정을 드러냈다. 수험생들의 고난은 결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호기심 많고 유행에 민감한데다 식욕까지 왕성한 사춘기 시절에 텔레비전, 컴퓨터, 먹을 것 등의 유혹은 정말 참기 힘든 고통이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기숙사에 있으면 텔레비전,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적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정도다. 가끔은 부모님의 정성 어린 간식조차 살찌는 고통으로 다가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물론 힘든 중에도 3학년 각 학급에서는 학교 생활을 좀 더 활기차게 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들이 한창이다. 청소 시간이면 즐거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기분 좋게 청소를 하는 반이 있는가 하면, 야자가 끝나는 시간이면 반 아이들이 매일 한 명씩 돌아가며 노래를 불러 친구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도 한다. 또 일주일에 한 번씩 가사가 좋은 노래를 선정하여 배워 보기도 하는 등 주로 흥겨운 음악과 함께하는 활동들이 많다. 고3의 피폐해진 심신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한 자위적 수단인 셈이다. 쉽지만은 않은 200여일 간의 긴 여정.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면 조금은 서로를 배려하고 조금은 여유도 가져 보면서 후회 없는 고교 시절을 보내자는 고3들의 ‘작은 소망’이 교정 한켠 화단에 핀 봄꽃마냥 소담스럽다. 글·사진 강지영/1318리포터, 안산 동산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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