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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더는 ‘신화’가 없는 세대

등록 2008-09-22 18:38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어느 세대가 가장 행복하고, 어느 세대가 가장 불행할까? 지금의 노인세대가 겪은 고생을 돌이켜보면 답은 너무나 자명해 보인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먹고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던 그분들에게 인생에 대한 고민은 사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분들에게는 많은 기회가 있었다. 사회계층의 변동 가능성이 충분히 컸고, 대단한 직업과 지위를 갖지 않았더라도 전반적인 경제발전에 힘입어 노력에 따른 결과물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는 어떠할까? 이들에게 기회는 넓지 않다. 사회계층 사이 벽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으며, 직업생활을 통한 경제적인 성취는 현재의 높은 자산 가격에 턱없이 미치지 못할 것임이 분명하다. 이 세대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수를 빼고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스스로의 경제적인 기반을 갖추기가 어렵다. 사회의 역동성도 떨어져서 이제 우리 사회에는 더이상 ‘신화’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확률이 지극히 낮은 연예인과 운동선수, 복권과 투기가 오히려 합리적인 탈출구처럼 여겨진다.

이전 세대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풍요로운 환경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지만 그들의 미래까지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한다면 성공하는 아이보다는 실패하는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갈수록 경쟁의 문은 좁아지고 있으며, 경쟁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예전과 같이 큰 보상은 주어지지 않는다. 가끔은 신화가 존재하겠지만 그 신화를 위해 무수히 많은 패잔병들이 소리없이 묻힐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보다, 우리 부모보다 분명 불행하다.

기회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의 부모세대는 아이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부모세대가 배운 방식 그대로다. 경쟁은 해가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높은 성취와 그에 따른 결과물은 이들 중 선택된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선물일 뿐이다. 이 세대에게는 행복을 위해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지금 아무도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분명 지금과는 다르게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어떤 가치를 찾도록 도와줄 것인가? 일 중독의 인생관이 과연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저성장시대, 신분과 부의 확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인생의 가치를 찾아야 하는 세대. 이들에게 우리가 믿어온 가치관을 주입하는 것은 철 지난 옷을 입혀 아이를 밖으로 내모는 일일지 모른다. 계절은 가을이지만 아직 기온은 내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곧 가을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우리가 지금의 방식으로만 아이들을 키운다면 다가오는 가을에 아이들은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거리에 나설 수 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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