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반대 카페도 "흥분 가라앉히고 참여 않았으면 좋겠다"
한 시민단체가 계획하고 있는 자살학생 추모제가 내신 위주 대입 전형에 반대하는 일부 고1년생들이 거리로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되지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당국은 각 고교에 학생들이 집회에 참여하지 말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자발적인 참가까지 막기는 어려운 형편이어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사태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단법인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은 오는 7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학교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추모제'를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행사는 자살 학생에 대한 묵념과 청소년 자살 원인 등에 대한 발언, 추모 글 및시 낭송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 단체는 `청소년들의 해맑은 웃음이 보고 싶다-근조 대한민국 교육'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우리 교육에는 청소년을 자살로 내모는 두 개의 괴물이 존재한다"며 "성적 부담을 안겨주는 `시험 괴물'과 친구를 이간시키는 `학교폭력 괴물'이그것"이라고 밝혔다.
상반돼 보이는 두 괴물은 사실은 한 갈래에서 출발하는데 `학벌주의 사회, 입시중심 교육이라는 비뚤어진 교육'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교육당국에 "성적과 대입만 강조하는 교육이 아닌 인성 및 공동체를 중시하는 교육으로 되돌아가라"고 촉구하고 청소년들에게도 "성적이 결코 인생 최고의 목표는 아닌 만큼 더 이상 자살하지 말고 함박웃음을 지을 그 날을 기다리자"고 이 단체는 강조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4월 한달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 10여명의 청소년이 자살을 선택했다"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통곡과 함께 불어닥친 1980년대 말청소년 자살 현상을 보는 것 같아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이 집회를 `본래 목적과 달리' 고1년생들이 내신성적반영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에 대한 반대 운동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것. 교육의 중심축이 학교로 돌아오는 등 긍정적 효과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집회규모가 커지고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학습 부담 경감 방안 등을 마련할 겨를도 없이 사태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틀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교생들 사이에서는 이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4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줄여주기 위해 1학기 기말고사 이전인 6월 말까지 대학별 전형계획 주요사항을 확정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중간고사가 끝나는 즉시 시ㆍ도교육청별로 학습부담 요소, 과외 증가 정도, 학생 전학 현황, 예년과의 고1 중간고사 비교 등 학교 현장의 정확한 실태를 조사하도록 해 이를 토대로 학습부담 경감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교실수업을 정상화하고 내신 부풀리기 등을 막기 위해서는 새 대입제도 이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으며 `내신이 전부가 아니고 모든 과목을 다 잘할 필요도없다'는 사실도 집중 홍보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시내 전체 292개 고교에 1학년생들이 집회에 참여하지 말도록지도하라고 권유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고1년생 집단행동 방지 대책반을 긴급 편성, 운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내신등급제 반대 추진' 카페도 "저희는 광화문시위를 주최하지 않는다"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공지했다.
(서울=연합뉴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