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15일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서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학생 수십명이 백지 답안지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교육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17일 서울 강남교육청과 ㅅ여중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시험 첫날인 14일 이 학교 3학년 가운데 2개 반 학생 대부분이 답안지에 답을 써 넣지 않은 채 제출했다. 이에 학교 쪽이 지도에 나섰으나 이튿날인 15일에도 20여명의 학생들이 백지 답안을 냈다. 학생들은 전국 단위 일제고사에 항의하는 뜻으로 백지 답안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교육청 관계자는 “이틀 동안의 시험에서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60명 이상의 학생이 백지를 내거나 모든 문제에 같은 답을 적는 등 불성실하게 시험을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일제고사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고 ‘학생 복지에 쓰여야 할 예산이 일제고사를 치르는 데 쓰여졌다’는 유언비어가 돌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사 가운데 일부가 ‘백지 답안을 내도 된다’며 학생들을 선동했다는 소문이 있어 사실관계를 엄밀히 파악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쪽은 일부 학생들에게 ‘사유서’를 쓰게 하거나 선도부로 불러 꾸중하는 등 지도에 나섰으나, 일부 교사들의 반발로 더이상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시험 거부가)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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