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위주 선발” 불구 일반고 1~2등급 대신 외고 등 3~5등급 합격
고려대가 23일 합격자를 발표한 수시 2학기 1단계 전형에서 특목고 학생들을 우대해 선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생·학부모와 각 학교 진학담당 교사들은 “고려대가 내신을 위주로 선발하겠다고 해 놓고 결국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고교 등급제’를 실시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24일 고려대에 응시한 학생들과 진학담당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종 합격자의 17배수를 선발하는 1단계 전형 결과 일반고에서 내신 1~2등급을 받은 학생들이 대거 탈락한 반면 3~5등급을 받은 일부 특목고 학생들은 대거 합격했다. 고려대는 수시 2학기 일반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영역(내신) 90%와 비교과영역 10%를 반영하기로 해 내신 등급이 높을수록 합격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음에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고려대 정경학부에 지원했다 탈락한 ㄱ아무개군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나는 내신 1.5등급을 받았는데 떨어졌지만 같은 학원에 다니는 외고 친구는 3등급 중반인데도 합격했다”며 “고려대가 외국어고 등 특목고에 유리하게 내신을 보정해 적용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ㅈ아무개군은 “고려대 홈페이지에 내신 보정 프로그램이 공개돼 있는데, 이를 이용해도 외고 3.5등급과 일반고 1.4등급은 뒤바뀔 수 없다”며 “고려대는 정확한 선발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고려대 홈페이지와 고3 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일부 웹사이트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학생·학부모들의 불만글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기지역 한 외고의 경우 이번 고려대 수시 2학기 1단계 전형에서 대거 합격자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ㅇ외고 홈페이지에는 ‘경영학부 52명, 정경대학 30명 등 모두 153명이 합격했다’는 공지가 떠 있다. 이 학교는 국내 대학 진학반 학생이 233명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 ㅇ여고의 경우 평균 1.8~2.1등급을 받은 학생 90여명이 지원했으나 이 가운데 70여명이 무더기로 탈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은 “전형요강대로 공정하게 학생들을 선발했다”며 “한 학교에서 무더기 합격자가 나오기 힘들 뿐 아니라 고교 등급제는 가당치도 않다”고 일축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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