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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부, 기준도 없이 금지 목청만

등록 2005-05-06 19:25수정 2005-05-06 19:25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고1학생들의 촛불 시위 등과 관련한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고1학생들의 촛불 시위 등과 관련한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본고사 부활하나

“지난해 9월부터 본고사 개념을 정립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교육부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입니다.”

2008학년도 이후 정시에서 논술고사 중심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힌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의 항변이다. “새 입시안에서 내신과 수능 이외에 별도의 선발도구를 마련하는 게 불가피한데 교육부는 본고사의 기준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차라리 모르겠다던지 아니면 협의하겠다고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대 “작년 개념정립 요구 묵살” 항변
“대교협이 알아서 해야” 무책임한 태도
“문제유형 제시는 지나친 간섭” 해명

서울대 ‘본고사 파동’의 상당 몫이 교육인적자원부에 있음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사실상 본고사 문제라는 지적을 받은 지난해 고려대 수리논술의 일부 문항에 대해 아직까지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단체의 지적으로 문제를 입수해 살펴 보았지만 그에 대해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비켜갔다. 다만 대학의 자율적인 협의체인 대학교육협의회가 논술 문항을 수집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판단 책임을 대학의 이익단체인 대교협에 떠넘겨버린 것이다.

교육부는 이처럼 본고사를 실질적으로 방치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본고사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원칙을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 김영식 교육부 차관은 2일 본고사 금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논술은 전형의 보조적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까지 지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금지해야 하는 본고사 기준을 밝혀달라는 질문에는 “미리 허용이 가능한 본고사 기준을 제시했을 경우, 대학이 그 기준에 따라 시험의 틀을 맞출 것으로 보여 대단히 고민하고 있다”고 어물쩍 넘어갔다. 김 차관의 ‘공언’도 이틀 뒤 다른 고위 교육관리에 의해 뒤집혀 버렸다. 그는 지역균형선발을 확대한다는 조건이라면 “서울대가 정시에서 논술을 60%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논술 외 필답고사’ 금지 원칙은 현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정확히 명기돼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논술이고 어디까지가 본고사인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2003학년도 한양대 적성검사 문제에 대해 본고사로 규정하고 제재까지 내렸던 교육부가 이후 본고사에 대해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는 이유는 뭘까?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이런 문제는 내고 이런 문제는 내지 말라고 하는 것은 너무 대학을 간섭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털어놓았다. 국·영·수 위주의 지필고사 금지가 원칙이지만, 구체적인 문제 유형까지 제시해 선을 긋는 것에 대해 중압감이 있다는 이야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고사에 대한 판단은 대교협 산하 기구에서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다만 이 기구에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해 객관성을 담보하면 된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올해 수리논술을 볼 계획인 한양대 최재훈 입학처장은 “고려대 수리논술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이 궁금하다”고 밝혔다. 고려대와 비슷한 유형의 문항을 출제하려는 대학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이는 또 교육부가 대학별고사를 용인하기 위해 판단과 개입을 유보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이유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 2004학년도와 200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수시 및 정시 모집 때 면접고사와 논술고사로 치러진 문제들의 일부. 과거 본고사 시절의 지필고사 문제 유형과 차이가 없다.



내신 강화…열린우리당·민노당 “찬성”, 한나라당“반대”

내신성적 반영 비율을 높이는 ‘2008학년 대입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여야 각 당이 대학입시 정책에서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6일 급히 마련된 당 대입제도 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새 대입제도를 졸속 추진하지 말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여러 차례 당정협의를 거쳐 마련한 대책을 또다시 바꿀 수 없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이번 논란은 새 대입제도의 핵심인 ‘내신 반영 비율 강화’에서 촉발됐지만, 기본적으론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를 금지한 정부의 이른바 ‘3불 정책’과 맞물려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내신 반영 비율을 강화하는 것은 교실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장’으로 만드는 것”(진수희 의원)이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하고, ‘3불 정책’의 문제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주호 제5정조위원장은 “각 고교의 다양한 교과 프로그램의 특성을 감안해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것이 먼저 이뤄지고 나면 내신 비중 강화도 다양한 형태로 자연스레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이럴 경우, 어느 학교가 특정 대학에 몇명을 보냈는지가 아닌 다양한 기준의 고교등급제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들 또한 구태여 본고사를 고집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무작정 금지하지만 말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012년부터 대입제도 완전 자율화를 기본 목표로 정하고, 오는 12일 이와 관련한 공청회를 열 방침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내신 비중 강화 방침에 대해 “지나친 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제도는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공교육 붕괴를 가속화한다”며 찬성하고 있다. ‘3불 정책’에 대해서도 “교육 평준화라는 기본 철학에 따라 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대체로 열린우리당과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본고사를 부활하면 내신과 수능에 대한 부담에 이어, 학생들을 최악의 환경으로 내몰게 된다”며 본고사 부활에 반대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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