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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능 거부 청소년, “더이상 기계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등록 2008-11-14 14:33

김모(19)양이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능 거부를 선언했다.   ⓒ 인터넷뉴스바이러스
김모(19)양이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능 거부를 선언했다. ⓒ 인터넷뉴스바이러스
[인터뷰] 수능 거부 선언한 고3 수험생 김모 양 인터뷰
치열하고 치열했던 수능이 지나갔다.

13일 이른 새벽, 수험생들은 1, 2학년 후배들의 응원을 들으며 수능고사장으로 향했다.잠시 뒤, 정부종합청사에는 후배들의 응원 대신 카메라 세례를 받은 한명의 수험생이 있었다. 수능을 거부한 수험생으로 ‘경쟁교육반대, 입시폐지’를 외친 고3 수험생 김모 양이 바로 그다.

입시 경쟁 교육이 싫어 수능을 거부한 청소년

12년이라는 초·중·고 교육의 막바지, 입시의 마지막 종착점인 수능을 포기한 것은 어느 대학에 가느냐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는 대한민국에서는 큰 사건이다.


수능을 거부한 김 양은 수능원서조차도 접수하지 않았으며, 수시조차도 보지 않았다.

수능까지 거부한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더 생각해 보겠지만 앞으로 배우고 싶었던 악기를 배운다던지, 일러스트를 배운다던지 여러 가지에 도전 하고 싶다”며 부품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꿈 많은 소녀에게 세상은 가혹했다. 수능을 거부한 청소년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일반시민들은 “수시 합격해놓고 저런 것 아니냐”, “입시주의라고 해도 수능은 보지…….”라는 질타를 하기도 했다.

카메라 세례가 쏟아진 기자회견 장에서 역시 격려의 질문보다는 ‘시험성적이 몇 점이냐’,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결정한 것이냐’는 질문만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그는 수능을 거부한 것에 대해 왜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시험성적 따위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대학을 가야한다는 것이 대한민국 전역에 깔린 일반적인 생각이다. 물론 김 양도 이에 대해 알고 있다.

그는 “대학을 가지 않는 나는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길을 가겠지만, 이러한 모순된 입시현실 속에서 더 이상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며 그동안 쌓아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학교에선 정말 필요한 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수능을 보지 않겠다고 결심한건 고3, 2008년을 살아가면서부터다. 촛불문화제 등 학교에서 하지 못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며 배우면서 생각이 전환됐다. 물론, 고등학교 1학년부터 어렴풋이 수능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때까지는 학교 시험 공부도 열심히 하는 일반적인 평범한 청소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 양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공부하라며 체벌을 하는, 사람이 사람을 때리고 그 안에서 청소년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공부만 하는 현실이 싫었다”며 “이런 교육을 없애고, 모순된 세상을 바꾸고 싶어 나섰다”고 말했다.

분명 그는 단순히 수능이 싫어서 수능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인정되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저항 하는 것이다.

2008년, 1년 사이 그는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지만, 힘센 사람과 힘 약한 사람으로 나누어 힘센 사람의 말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가르치고 있고, 약자를 인정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았고, 학교에서는 이러한 것들을 가르쳐 주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청소년은 공부하는 태엽인형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일상을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다이어리. 다이어리 한 칸 한 칸에는 그날의 하루 일과와 해야 할 것들이 깨알같이 쓰여 있다.

김 양은 “친구들의 스케줄러를 보면 인터넷 강의 시간표가 가득 차있다. 스케줄을 지키지 못하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불안감에 떨면서 사는 삶 자체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가야한다. 청소년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지금의 청소년은 태엽 감으면 공부만 하는 태엽인형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아닌 기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정 대신 분노를 해달라.”

“우리는 살고싶습니다.” 한국 교육 현실을 꼬집는 퍼포먼스를 하는 청소년들 ⓒ 인터넷뉴스바이러스
“우리는 살고싶습니다.” 한국 교육 현실을 꼬집는 퍼포먼스를 하는 청소년들 ⓒ 인터넷뉴스바이러스

김 양은 수능 거부를 외친 자신에게 향한 눈초리를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지금 난 여러분들의 동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분노가 필요하다. 청소년의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난 이렇게 나섰다. 청소년의 현실을 알리고자 나섰다.”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에게 입시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이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목숨을 끊는 자살을 택하고 있다.

입시현실 속에 당당하게 ‘NO!’라고 외친 김 양, 주변의 친구들조차도 그에게 힘을 내라며 응원하고 있고, 김 양 또한, 열심히 수능준비를 한 친구들에게 힘내라 응원하고 있다.

김 양은 비록 지금 수능을 거부했지만, 앞으로는 자신의 목소리에 당당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가 원하는 교육은 “선생님이랑 터울 없이 지내며 주입이란 개념 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억누르지 않고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다. 어찌보면 세상에 절규할 정도로 큰 바람이 아니다. 다른 나라 청소년들은 지금도 충분히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청소년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행복한 교육이 되기 위해선, 청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해야한다. 청소년은 무엇을 원할까.

김 양의 말처럼 한번쯤은 청소년을 향한 동정의 시선 대신, 청소년을 위한 분노의 시선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럴 때, 우리는 대학 졸업생이 넘쳐나는 시대에 수능을 거부한, 한 청소년의 외침을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외침을 현실로 만드는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윤선영 기자 happie89@naver.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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