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 지역아동센터 열린학교’에서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이달 초 친구를 주제로 ‘행복한 교실 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급식비 지원 못 받는 곳 30%
그나마 기초수급·차상위만
그나마 기초수급·차상위만
위기의 아이들 버팀목 ‘위기’
예산증액으로 결식 막아야
문아무개(11·초등 5)양 삼남매는 농가에서 날품을 파는 어머니(44)와 전남 농촌 마을에 산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의 행패를 피해 빈집으로 옮겨 사는 처지다. 어머니는 혼자서 지적장애가 있는 문양 언니와 남동생까지 셋을 부양해야 한다. 기초생활 수급을 받으려 이혼도 생각해 봤지만, 아이들에게 흠이 될까 싶어 포기했다. 어머니가 밤늦게까지 품을 팔러 가면, 아이들 끼니를 챙길 이는 없다. 초등학생인 두 남매가 공부방에 다니지만, 급식비 예산이 없는 공부방에선 떡볶이 같은 간식으로 저녁 허기만 달래줄 뿐이다.
정부가 정한 빈곤선 안에 들지 못하는 실질적 빈곤 가정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기초수급 가정의 18살 미만 아이들은 36만여명이지만, 문양 가족처럼 벌이가 최저생계비 기준선을 들락거리는 실질 빈곤 가정의 아이들이 더 많다. 이런데도 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공부방)의 30%는 급식비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18일 보건복지가족부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현재 공부방 2810곳 가운데 학기 중 급식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곳이 853곳(30.4%)에 이른다.
공부방 등에 학교 밖 급식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층으로 지원 대상을 한정하기 일쑤다. 예산 80%를 부담하는 게 버거운 탓이다.
하지만 공부방을 다니는 8만2440명 가운데는 일반 가정 아이들도 2만6천여명(31.6%)이나 된다. 이들은 대개 실질 빈곤층이고 나이도 어려서 끼니 챙기기가 어렵다. 서울 광진구 공부방에 다니는 박아무개(11·초등 4)양도 어머니(43)와 둘이서 두 평짜리 고시원에서 살지만, 기초수급 대상은 아니다. 밤 11시까지 식당 일을 다니는 어머니를 기다려야 하는 박양은 공부방이 아니면 거리를 떠돌아야 한다.
공부방마저 실질적 빈곤 가정 아이들을 꺼리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급식비 등 지원을 받기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민간 후원이 적은 신규 공부방,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역의 공부방은 더욱 그렇다. 공부방이 279곳 있는 전남에서, 지난 9월 현재 학기 중 급식비를 일부라도 주는 시·군·구는 22곳 가운데 6곳뿐이었다. 전북 등에서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전남지역 공부방 교사는 “공부방은 실질 빈곤층인 ‘위기의 아이들’의 끼니와 생활을 챙길 거의 유일한 전국 인프라인데, 급식·운영 예산이 열악하다”며 “물가 상승 등으로 운영이 어려워지면 이들이 외면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은 “학교급식 지원자는 61만여명인데, 학교 밖 급식 지원자는 29만여명뿐이어서 학교를 나서면 굶는 아이들이 엄청나다”며 “지역아동센터 운영 예산을 464억원 증액하고, 급식비 예산도 535억원 더 특별 편성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예산증액으로 결식 막아야
9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