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3월 미군이 침공한 이라크의 한 도시에서 구호품을 받으려고 애쓰는 주민들의 모습을, 사진 기자들이 카메라에 담으려고 다투어 찍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스타강사 이만기의 언어영역 해부
앞뒤 문장 잘 살펴보면 정답 보여
[기출문제와 풀이]
[지문]
사진이란 시간을 정지시킨 기록물이다. 정지된 시간은 카메라의 셔터가 찰칵거리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진 속에 포착된 시간은 과거의 모든 인과 관계를 담고 있다. 우리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에티오피아 어린이의 사진을 보면서 그 아이가 그 동안 얼마나 굶었을까를 생각하고, 전쟁터에 쓰러진 병사의 사진을 보면서는 그 이전에 있었을 참혹한 전쟁의 상황과 병사의 고통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사진은 과거를 향해 열린 창이며 우리는 그 창을 통해 정지된 시간 이전의 사연들을 들여다본다.
사진은 세계의 이미지를 담은 기록물이다. 모든 초상화가 그렇듯이 사진으로 찍힌 그 시간은 사진이 없어질 때까지 하나의 기호 형태로 저장된다. 또한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기호들처럼 사진도 심리적인 특성들을 갖는다. 그리고 그 기호는 영상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상형 문자 시대 이래 처음으로 다시 갖게 된 상형 문자라고도 말한다. 사진의 기호는 사람이 쓰는 언어와는 아주 다르다. 그것은 주어도 서술어도 없이, 단지 하나의 장면과 어떤 이미지들로 구성된 언어인 것이다. 이처럼 사진은 서술적이라기보다는 단편적이지만,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는 그 의미는 단편적인 것 이상의 것이다. 미국의 사회파 사진 작가 워커 에반스가 1936년에 찍은 ‘어린아이의 무덤’을 보라. 이 사진이 미국의 대공황 시절의 각박하고 어려운 삶을 기록한 사진의 일부라는 것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이 사진은 단순한 한 장의 사진 이상의 것을 생각하게 한다. 흙으로 금방 만들어진 무덤과 무덤 한가운데 올려진 낡은 그릇은 죽은 어린이와 그 부모의 삶이 결코 풍족하고 편안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해 준다. 이 경우 사진은 하나의 상징인 것이다. 오래 살아 남는 사진일수록 이러한 상징성이 강하게 들어 있어서, 우리를 깊은 사색에 빠지게 하고 그 사진의 배후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가 세계와 관계를 맺는 하나의 통로가 된다. 사진은 세계를 이미지로 만들어 기록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도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도 사진은 그 사람과 세계 사이에 어떤 관계를 만들어 준다. 사람들은 흔히 사진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 것이고 사진을 찍는 것은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곤 하지만, 대부분의 사진에는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 그 의도는 나중에 사진을 보는 사람들-찍히는 사람과 찍는 사람을 포함해서-이 사진을 통해서 어떤 이미지를 느끼고 어떤 사색을 하고 어떤 평가를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관계가 깊다. 사진을 찍는 일 자체가 자신을 포함한 세계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또한 보는 이에게 있어서도 사진은 어떤 대상의 대체물의 기능을 하거나 적어도 사색을 통해 그 대상과 간접적으로 만나게 함으로써, 세계와 관계를 맺게 한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모으거나 여행자들이 명승지의 사진을 담은 그림 엽서를 모으는 일도, 결국은 사진을 대상의 대체물로 삼거나 사진을 통해 꿈꾸고 상상하고 평가하면서 세계와 관계를 맺는 하나의 형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2004년 3월 3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 ㉠에 담긴 의미와 거리가 먼 것은? ① 사진은 해석을 필요로 한다. ② 사진은 의미를 갖는 기호이다. ③ 사진은 기록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④ 사진은 과학 기술 발전의 산물이다. ⑤ 사진은 영상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유형노트] 비유적 의미 파악하기 비유는 글에 변화와 읽는 재미를 주고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쓰인다. 그래서 문학은 물론이거니와 비문학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 비유적 표현이다. 언어 영역 문제에서 비유적 의미를 파악하려면 원관념과 보조 관념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은 문제에서는 사진을 상형 문자에 비유하였는데 이는 사진과 상형 문자의 공통점에 주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비유법에 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직유법: 어떤 사물을 표현하려고 할 때, 연관성을 가진 다른 사물을 끌어다가 직접 연결하여 나타내는 것. 예)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 2. 은유법: 본뜻은 숨기고 비유하는 형상만 드러내어, 표현하려는 대상을 설명하거나 그 특질을 묘사하는 표현 방법. 주로 ‘㉮는 ㉯’의 형태로 실현된다. 예) 내 마음은 호수. 3. 풍유법: 본뜻은 뒤에 숨기고 비유하는 말만 드러내어 그 숨은 뜻을 넌지시 나타내는 표현 방법. 속담 등은 대개 이에 딸림. 예) 등잔 밑이 어둡다. 4. 의인법: 사람이 아닌 사물이나 생물, 추상적인 개념을 사람으로 나타내는 것. 예) 별이 나에게 말했다. 5. 대유법(代喩法): 어떤 사물의 부분이나 성질로 그 사물을 나타내는 표현 방법. ① 제유법(提喩法): 같은 종류의 사물 중에서 어느 한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나타내는 표현 방법. 예) 약주를 드신다.(‘약주’는 원래 술의 일부분이나 여기서는 ‘술’의 뜻으로 쓰였다.) ② 환유법(換喩法): 어떤 사물을 그와 관련 있는 다른 사물로 바꾸어 표현하거나, 그 성질로 그 사물을 표현하는 방법. 예) (군대에서) 별이 떴다.(‘별’은 ‘장군’을 뜻한다.) [풀이] 정답: ④ 사진을 상형 문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둘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므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 공통점을 추리해야 한다. ㉠이 속한 문장을 보면, “~때문에 ~라고도 말한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 앞 부분의 내용이 사진을 ‘상형 문자’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2문단에서 사진은 이미지를 담은 기록물(③)이며, 이를 기호 형태로 저장하고(①, ②) 심리적 특성을 지니고(①), 영상의 형태(⑤)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상형 문자는 고대인들이 쓰던 것으로 과학 기술 발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므로 ④는 그 공통점에 포함시킬 수 없다. 사진 한장 때론 긴 글보다 효과적
수용자는 ‘보는’것 넘어 ‘읽어야’ [생각해 봅시다] 좋은 사진은 한 장만으로도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일을 전달해 준다. 사진 속에 담긴 장면을 통해 사건이 일어날 당시의 정황을 추리할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장문의 기사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처럼 사진은 사건의 핵심을 한번에 전달한다. 그래서 필립 메이어는 “사진은 사건의 핵심을 증류해 내는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하였다. 특히나 신문 등에 실리는 보도 사진은 ‘사실 전달’을 일차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사건을 그저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목격자’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면 사진에 큰 의미와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 특별한 조작이나 연출이 가해진 사진이 아니라면 모든 사진은 사실을 찍은 것이 된다. 하지만 좋은 사진은 ‘사실’이 아닌 ‘진실’을 전달한다. 많은 사진 기자들이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사실을 양심적으로 해석해서 더욱 복합적인 메시지를 필름에 담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인간의 힘으로 알 수 있는 진실이란 것도 어찌 보면 주관적이다. 무엇이 진실이냐를 판단하는 것도 결국엔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진이 어떤 진실을 전달하느냐를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수용자의 몫이다. 기자는 사진을 통해 말하고 독자는 사진을 통해 사건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이때 수용자는 사진을 단순히 ‘보는’ 것을 뛰어넘어 ‘읽어야’ 한다. 사진의 다양한 의미를 능동적으로 구성해 나갈 때 사건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사진은 세계의 이미지를 담은 기록물이다. 모든 초상화가 그렇듯이 사진으로 찍힌 그 시간은 사진이 없어질 때까지 하나의 기호 형태로 저장된다. 또한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기호들처럼 사진도 심리적인 특성들을 갖는다. 그리고 그 기호는 영상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상형 문자 시대 이래 처음으로 다시 갖게 된 상형 문자라고도 말한다. 사진의 기호는 사람이 쓰는 언어와는 아주 다르다. 그것은 주어도 서술어도 없이, 단지 하나의 장면과 어떤 이미지들로 구성된 언어인 것이다. 이처럼 사진은 서술적이라기보다는 단편적이지만,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는 그 의미는 단편적인 것 이상의 것이다. 미국의 사회파 사진 작가 워커 에반스가 1936년에 찍은 ‘어린아이의 무덤’을 보라. 이 사진이 미국의 대공황 시절의 각박하고 어려운 삶을 기록한 사진의 일부라는 것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이 사진은 단순한 한 장의 사진 이상의 것을 생각하게 한다. 흙으로 금방 만들어진 무덤과 무덤 한가운데 올려진 낡은 그릇은 죽은 어린이와 그 부모의 삶이 결코 풍족하고 편안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해 준다. 이 경우 사진은 하나의 상징인 것이다. 오래 살아 남는 사진일수록 이러한 상징성이 강하게 들어 있어서, 우리를 깊은 사색에 빠지게 하고 그 사진의 배후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사진은 우리가 세계와 관계를 맺는 하나의 통로가 된다. 사진은 세계를 이미지로 만들어 기록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도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도 사진은 그 사람과 세계 사이에 어떤 관계를 만들어 준다. 사람들은 흔히 사진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 것이고 사진을 찍는 것은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곤 하지만, 대부분의 사진에는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 그 의도는 나중에 사진을 보는 사람들-찍히는 사람과 찍는 사람을 포함해서-이 사진을 통해서 어떤 이미지를 느끼고 어떤 사색을 하고 어떤 평가를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관계가 깊다. 사진을 찍는 일 자체가 자신을 포함한 세계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또한 보는 이에게 있어서도 사진은 어떤 대상의 대체물의 기능을 하거나 적어도 사색을 통해 그 대상과 간접적으로 만나게 함으로써, 세계와 관계를 맺게 한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모으거나 여행자들이 명승지의 사진을 담은 그림 엽서를 모으는 일도, 결국은 사진을 대상의 대체물로 삼거나 사진을 통해 꿈꾸고 상상하고 평가하면서 세계와 관계를 맺는 하나의 형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2004년 3월 3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 ㉠에 담긴 의미와 거리가 먼 것은? ① 사진은 해석을 필요로 한다. ② 사진은 의미를 갖는 기호이다. ③ 사진은 기록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④ 사진은 과학 기술 발전의 산물이다. ⑤ 사진은 영상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유형노트] 비유적 의미 파악하기 비유는 글에 변화와 읽는 재미를 주고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쓰인다. 그래서 문학은 물론이거니와 비문학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것이 비유적 표현이다. 언어 영역 문제에서 비유적 의미를 파악하려면 원관념과 보조 관념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은 문제에서는 사진을 상형 문자에 비유하였는데 이는 사진과 상형 문자의 공통점에 주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비유법에 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직유법: 어떤 사물을 표현하려고 할 때, 연관성을 가진 다른 사물을 끌어다가 직접 연결하여 나타내는 것. 예)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 2. 은유법: 본뜻은 숨기고 비유하는 형상만 드러내어, 표현하려는 대상을 설명하거나 그 특질을 묘사하는 표현 방법. 주로 ‘㉮는 ㉯’의 형태로 실현된다. 예) 내 마음은 호수. 3. 풍유법: 본뜻은 뒤에 숨기고 비유하는 말만 드러내어 그 숨은 뜻을 넌지시 나타내는 표현 방법. 속담 등은 대개 이에 딸림. 예) 등잔 밑이 어둡다. 4. 의인법: 사람이 아닌 사물이나 생물, 추상적인 개념을 사람으로 나타내는 것. 예) 별이 나에게 말했다. 5. 대유법(代喩法): 어떤 사물의 부분이나 성질로 그 사물을 나타내는 표현 방법. ① 제유법(提喩法): 같은 종류의 사물 중에서 어느 한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나타내는 표현 방법. 예) 약주를 드신다.(‘약주’는 원래 술의 일부분이나 여기서는 ‘술’의 뜻으로 쓰였다.) ② 환유법(換喩法): 어떤 사물을 그와 관련 있는 다른 사물로 바꾸어 표현하거나, 그 성질로 그 사물을 표현하는 방법. 예) (군대에서) 별이 떴다.(‘별’은 ‘장군’을 뜻한다.) [풀이] 정답: ④ 사진을 상형 문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둘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므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 공통점을 추리해야 한다. ㉠이 속한 문장을 보면, “~때문에 ~라고도 말한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 앞 부분의 내용이 사진을 ‘상형 문자’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2문단에서 사진은 이미지를 담은 기록물(③)이며, 이를 기호 형태로 저장하고(①, ②) 심리적 특성을 지니고(①), 영상의 형태(⑤)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상형 문자는 고대인들이 쓰던 것으로 과학 기술 발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므로 ④는 그 공통점에 포함시킬 수 없다. 사진 한장 때론 긴 글보다 효과적
수용자는 ‘보는’것 넘어 ‘읽어야’ [생각해 봅시다] 좋은 사진은 한 장만으로도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난 일을 전달해 준다. 사진 속에 담긴 장면을 통해 사건이 일어날 당시의 정황을 추리할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장문의 기사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처럼 사진은 사건의 핵심을 한번에 전달한다. 그래서 필립 메이어는 “사진은 사건의 핵심을 증류해 내는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하였다. 특히나 신문 등에 실리는 보도 사진은 ‘사실 전달’을 일차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사건을 그저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목격자’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면 사진에 큰 의미와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 특별한 조작이나 연출이 가해진 사진이 아니라면 모든 사진은 사실을 찍은 것이 된다. 하지만 좋은 사진은 ‘사실’이 아닌 ‘진실’을 전달한다. 많은 사진 기자들이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사실을 양심적으로 해석해서 더욱 복합적인 메시지를 필름에 담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인간의 힘으로 알 수 있는 진실이란 것도 어찌 보면 주관적이다. 무엇이 진실이냐를 판단하는 것도 결국엔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진이 어떤 진실을 전달하느냐를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수용자의 몫이다. 기자는 사진을 통해 말하고 독자는 사진을 통해 사건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이때 수용자는 사진을 단순히 ‘보는’ 것을 뛰어넘어 ‘읽어야’ 한다. 사진의 다양한 의미를 능동적으로 구성해 나갈 때 사건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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