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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실천과 비판이 함께 가야 새 지평

등록 2005-05-08 17:09수정 2005-05-08 17:09

이상훈교수의 철학산책

홀로코스트를 추모하면서

신록의 오월은 어린이와 부모, 그리고 가정을 생각하게 하지만, 유대인들에게는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는 행사가 때와 장소를 달리하면서 열리기 때문이다. 나치의 만행을 되새기고 이에 용감하게 저항하다 숨져간 영웅들을 추모하는 이 행사에 독일 총리를 비롯한 중요 정치인들이 매우 적극 참여해 아픔을 같이 나누고 위로하는 장면 만큼은, 동북아시아의 정세와 정반대다. 역사 교과서나 위안부 문제, 독도를 둘러싸고 일본이 취하는 저간의 태도를 올바로 비판하기 위해 아도르노의 철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와 비판이론을 이끌었던 선구자 중 한 사람이었던 아도르노는 <부정의 변증법>에서 서양 근세철학을 대표하는 칸트와 헤겔, 마르크스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종합한다. 독일 관념론을 넘어서 마르크스의 역사유물론으로부터는 인간이 단순히 사유 존재가 아니라, 창조적으로 생산하고 여러 가지 복잡한 사회관계와 정치활동을 창출해 가는 실천적 존재임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포이어바흐 테제>에서 “철학은 단순히 세계를 해석할 것이 아니라, 변혁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이래 폄하되고 있는 이론철학의 가치를, 칸트와 헤겔 철학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새롭게 되살려 내고자 한다. 다시 말해, 마르크스 이래 실천에 대한 일방적 강조는 자기 비판과 반성으로 이어지는 이론철학의 위대한 회복력을 간과하게 하고,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을 기획하는 윤리적 노력을 왜소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도르노는 특히 히틀러가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에게 행한 야만적 폭압 같은 거대한 정치군사적 힘 앞에서는, 실천이나 정치적 조직이 비판적 효능을 발휘하기보다는 오히려 맹목적 추수로 기울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계급정당이나 아방가르드 조직들이 과오와 실패를 거듭했던 이유도 냉철한 이론적 비판 정신 없이 칸트적인 정언명법으로서의 자유의 가치를 폄하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올바른 변혁적 실천은 자기 반성 능력을 고양시키는 비판적 이론철학과 함께 갈 때에만 항로를 스스로 개척하고 수정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생산성과 실용적 지식만을 높이 사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질서도 이런 이론적 비판 정신이 결여될 때는 지금의 일본처럼 쉽사리 독단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대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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