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는 빠르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아나콘다의 모습을 표현한 컴퓨터그래픽의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한국계 영화배우 칼 윤이 현지인으로 나온다.
아나콘다 2: 사라지지 않는 저주 2004년, 감독 드와이트 리틀, 출연 조니 메스너, 카디 스트릭랜드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아나콘다라는 거대한 뱀을 화면에 등장시켜 관객을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전편의 흥행에 편승한 속편이다. 전편에 비해 신선도가 떨어지고, 제니퍼 로페즈와 같은 거물급 출연진이 빠져 다소 흥미가 반감된 느낌이다. 하지만 8년의 세월 동안 향상된 특수효과가 한층 더 자연스러운 뱀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며, 거의 대부분을 야외촬영을 한 영화답게 정글의 아름다운 풍경도 볼거리다. 할리우드의 틀에 박힌 영화 공식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관객이라면 한번쯤 봐도 후회 없을 듯하다. 전편에는 인류학자가 신비의 부족인 아마존의 쉬리샤마족을 찾아가다가 아나콘다를 만나 혈투를 벌인다. 이번에는 보르네오 섬에서 발견된 전설의 꽃 ‘혈난초’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발정기가 돼 많은 먹이를 찾는 거대한 아나콘다를 만난다. 이 뱀들이 이렇게 커진 것은 혈난초를 먹고 수명이 길어져 계속 성장하다 보니 그랬다는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혈난초는 진시황이 그렇게 찾았다던 불로초라고 할 수 있다. 거대 제약회사의 탐사팀이 혈난초를 찾아 모험을 떠난 것은 이 난초의 꽃에 인간의 노화를 막아 주는 성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혈난초에서 추출되는 이 물질이 노화를 막아 주는 것은 바로 인체의 세포들이 ‘헤이플릭 한계(Hayflick Limit)’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헤이플릭 한계라는 것은 무엇일까? 1961년 레너드 헤이플릭과 폴 무어헤드가 세포 분열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은 세포가 계속 분열할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시험관에서 적당히 조절만 한다면 얼마든지 세포는 계속 분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헤이플릭은 세포를 아무리 잘 관리해도 50~60차례쯤 분열하면 분열을 멈추고 얼마 뒤 죽어 버린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처럼 정상적인 세포의 세포 분열 한도를 헤이플릭 한계라고 한다. 인체의 모든 세포가 헤이플릭 한계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생식세포나 골수, 그리고 암세포는 헤이플릭 한계의 예외이다. 만약 생식세포에 헤이플릭 한계가 존재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생식 능력을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과학자들은 헤이플릭 한계가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즉 인체의 모든 세포는 헤이플릭 한계에 도달하면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암세포만은 분열 횟수에 상관없이 계속 살아남는데 이를 연구하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세포가 일정 횟수만 분열하는 것에 대한 가장 유력한 설명은 염색체 끝에 있는 말단소체(telomere, 텔로미어)가 짧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단소체는 염색체를 보호하기 위한 반복 염기서열이다. 인간의 경우 ‘티티에이지지지(TTAGGG)’가 2500번 반복되어 있다. 이것이 세포분열할 때마다 짧아지게 되며 더 짧아질 수 없게 되면 세포분열을 멈추고 죽는다. 생식세포나 암세포에는 이 말단소체가 짧아지는 것을 막는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라고 불리는 효소가 있어 말단소체가 짧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텔로머라아제의 활동을 억제한다면 90% 가량의 암이 정복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영화처럼 헤이플릭 한계를 극복한다고 해서 당장 청춘의 샘이 발견된 것은 아니다. 헤이플릭 한계가 암과 같이 노화와 관련된 것은 사실이지만, 세포의 노화가 인체의 노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탐사팀이 목숨을 걸고 얻으려고 했던 혈난초의 정체가 바로 텔로머라아제인지도 모른다.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nettrek@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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