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나눔의 꿈’ 굴리는 수레바퀴의 힘이여!

등록 2005-05-08 17:14수정 2005-05-08 17:14

 내일로 희망을 나르는 사람들<br>
\\
내일로 희망을 나르는 사람들
\\
서울 구로구 구로3동의 단층 주택 구역. 1960년대에 조성된 이곳은 골목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골목길을 벗어나는 경우의 수만 해도 백 가지가 넘는다던가. 하지만 정작 이 동네를 뜰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누구나 쉽게 들어가지만 아무나 빠져나올 수 없는 곳. 거대 도시의 현대판 미궁은 물리적으로 복잡한 대신 사회경제적으로 발목 잡힌 삶의 공간이다. 저자는 자기 동네인 구로3동의 아이들 삶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이 어떠한지 보여 준다.

저자는 이내 우리 사회 전반의 구석진 삶과 현실로 관심을 확대한다. 영등포역 노숙인들의 봄 풍경, 여든일곱 살 할머니의 집, 중국에서 온 한 사람의 이야기, 여성 농민 윤금순 인터뷰, 노동조합이 사라진 자리에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로 홀로 선 사람들, 탈북자 정철봉님 사연,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님 이야기, 대구자동차판매노조 전병덕 위원장 등. 일찍이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오늘에 이른 저자의 이력답게 이 모두 현대의 미궁 속에서 그늘지고 소외된 우리네 이웃들의 이야기들이다.

그렇다고 이 책을 명분과 구호에 들뜬 인물 에세이쯤으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이는 저자가 대상 인물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의 삶과 현실을 진솔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저자는 빼어난 감수성과 건강한 의식으로 보통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을 진지하게 짚어내고, 외면해 온 ‘현실’을 냉철하게 드러내고, 숨은 ‘진실’을 따뜻하게 일깨우는 것이다.

실제로 책을 펼치면 어느 곳이든지 금세 빨려들어갈 듯 읽을 수 있다. 이는 주인공들의 남다른 사연 덕분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저자의 글 솜씨가 빼어나서다. 짧은 문장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적절히 상대를 인용하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덧붙여 흡인력을 한껏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기교라기보다는 저자의 따뜻하고 건강한 시각에서 비롯한다. “혼자 놀고 혼자 길을 가는 꾀죄죄한 어떤 아이, 식당에서 거리에서 땀을 비오듯 쏟으며 일하는 어떤 사람, 길거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을 어떤 사람, 아니 그 누구라도 눈길 마주치고 옷깃 스칠 때 행여 그 사람, 고통 속에 잠겨 있을지 모르니, 잠시라도 내 것 내 아이, 내 가족, 내 고통에서 비껴 나올 일이다. …마음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기를….”

구로3동 옛 주택은 지금 바뀌었다. 이 책 안에 있는 내용과 사연들도 1년, 2년 시간이 지난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현재의 이야기, “아니, 어쩌면 계속 만들어지는 미래의 이야기일는지도 모른다.” 아늑한 가정의 품에서 도무지 빠져나오지 않으려는 청소년들, 푸른 영혼들에게 우리 공동체의 현실과 미래를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알려 주고 고심하게 해 줄 책이다. 노동과 삶, 인간, 그리고 우리 사회를 좀더 깊게 이해하는 데 적절한 희망의 책이다.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dreamwiz.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