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제시없이 “문제없다”
시험관리 능력 비판일어
응시생들 “집단소송 불사”
시험관리 능력 비판일어
응시생들 “집단소송 불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초등과 중등 교원 임용고사에서 잇따라 문항 오류와 복수정답 논란이 일어 평가원의 시험관리 능력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원 임용고사 응시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9일 치러진 중등 교원 임용고사 보건교과 영역 36번 문제를 두고 응시자들의 이의신청이 잇따랐다. 36번 문제는 ‘학교에 등교할 수 없는 전염성 질환을 고르시오’라는 문제로, 평가원은 ‘발진 후 5일된 홍역’이라는 보기가 포함된 3번이 정답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응시자들은 교수나 교재에 따라 ‘홍역 전염 기간’이 4~7일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문제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용고사 수험생 이아무개씨는 “보건교과 이의제기자 40%가 이 문항을 문제삼았지만 평가원은 최소한의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문제가 없다’고만 해명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건 관련 교재를 펴낸 한 교수는 “(개인적으로) 문제를 잘못 낸 것으로 보인다”며 “질병 전염 가능성은 개인별 차이가 커 전문가·기관별로 권고하는 격리 기간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도 “학교에서는 홍역 발진이 생긴 뒤 4일 간 등교하지 않도록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도 어떤 부분엔 4일, 어떤 부분은 5일로 돼 있어 정정을 요청했다”며 “각론은 다를 수 있지만 모두 고려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등 임용고시 국어교과 18번 문제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18번은 ‘국어 문장의 제약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타당하지 않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다. 학생들은 “예문 (마) 가운데 ‘열이 나면서 머리가 지끈거린다’라는 문장에는 주어가 생략돼 있지만, 열이 나는 주체와 머리가 지끈거리는 주체는 같다”며 “평가원은‘열’과 ‘머리’를 각각 선·후행 절의 주어로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좀더 명확한 문장을 보기로 낼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주어진 문장을 그대로 해석해서 풀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치러진 초등 교원 임용고사도 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수학 17번 문제에 대해 “게임의 방법이 불분명하게 진술돼 있다”는 수험생의 이의제기가 잇따르자 평가원은 대한수학회 등에 관련 문항 검토를 의뢰했고, 학회 역시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평가원은 정답을 정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거듭 오류 논란이 빚어지자 학생들은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수험생 고아무개씨는 “평가원이 공신력이 있어야 할 국가고시를 맡을 능력도 없고, 스스로 저지른 오류를 바로잡을 의지도 없어 보인다”며 “소송을 통해서라도 평가원의 잘못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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