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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더위에도 잉태에도 산신의 기운이…

등록 2005-05-08 17:36수정 2005-05-08 17:36

정재서의 동양신화 속으로

자연신 중에는 천체, 기상의 신들 이외에 산신, 수신 등 지형과 관련된 신들이 있다. 산, 강, 바다도 원시 인류가 고마움과 더불어 공포감을 느꼈던 대상이었다. 이들 자연 환경은 인간에게 필요한 물자를 대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두려운 존재였다. 원시 인류는 이들의 배후에 반드시 주관하는 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산이 많은 중국에는 특별히 산신이 많다. 가령 유명한 곤륜산에 사는 황제나 서왕모도 원래는 산신이었던 셈이다. 초회왕과의 하룻밤 사랑으로 잘 알려져 있는 무산 신녀도 사실 무산의 산신이다. 우리는 산신 하면 수염이 허옇고 지팡이를 든 산신령 할아버지를 생각하지만 중국에는 여성 산신도 적지 않다. 청요산(靑要山)이라는 곳은 여신 무라(武羅)가 다스렸다고 하는데 이 여신은 간드러진 허리에 하얀 이, 그리고 몸에 표범의 무늬가 있었다고 한다. 무라 여신이 다스리는 이 청요산은 진정 여성을 위한 산이었다. 이곳의 어떤 새는 잡아먹으면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었고 이곳의 어떤 풀은 복용하면 얼굴이 예뻐지고 남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산신들의 능력은 가지각색이었다. 곤륜산에 있는 육오(陸吾)라는 산신은 사람의 얼굴에 아홉 개의 꼬리를 지녔는데 황제의 궁궐을 지켰다. 그는 황제의 정원을 관리하는 일도 맡았다. 종산(鍾山)의 산신 촉음(燭陰)은 천리나 되는 구렁이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하였는데 이 신이 눈을 뜨면 낮이 되고 눈을 감으면 밤이 되며, 입김을 세게 내불면 겨울 날씨가 되고 약하게 내불면 여름 날씨가 되었다고 하니 낮과 밤, 계절을 조절하는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화산(和山)의 산신 태봉(泰逢)은 사람의 얼굴에 짐승의 몸을 하고 호랑이의 꼬리를 지녔는데 천지의 기운을 움직여 비와 구름을 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산신 중에는 무서운 재앙을 불러오는 불길한 신도 있었다. 풍산(豊山)에는 청령연(淸 淵)이라는 호수가 있고 이곳에 거처하는 경보(耕父)라는 산신이 있는데 이 신이 세상에 나타나면 그 나라는 망해 버렸다고 한다.

산신들의 이런 능력들을 종합하여 보면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우주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힘, 둘째, 기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힘, 셋째, 재앙을 일으키는 힘 등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비교하여 보면 아무래도 동양 신화 쪽에 산신이 많은 것 같다. 이것은 해양 국가였던 그리스, 로마에 비해 중국은 산이 많은 내륙을 중심으로 문명이 발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산신들의 모습은 인간과 동물이 반반씩 섞인 반인반수의 형태가 일반적이다. 이런 형태는 우리가 옛날이야기나 그림책에서 보는 산신보다 훨씬 오래된, 원시적인 산신의 모습일 것이다.

이화여대 교수★★★淸★★★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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