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뿐
요즘 아이들은 말을 막 한다. 선생님 앞에서 야단을 맞고도 “짜증 나”라는 말을 대놓고 하며, 자기들끼리 말하면서도 말끝마다 ‘졸라’, ‘지랄’, ‘즐’과 같은 욕설을 섞는다. 어떤 아이를 울려 놓고도 왜 그랬냐 물으면 “장난인데요” 하면서 오히려 묻는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본다. 장난이니까 야단맞을 것까지는 없다는 태도다. 여럿이서 함께 하는 일에 협조하지 않고 제멋대로인 아이를 불러 왜 그러냐고 물으면, “그냥이요” 한다. 무슨 이유도 없다. 그냥이다. 그냥 아이들을 때리고, 그냥 질서를 안 지키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공부 시간에도 이런 현상은 그대로 나타난다. 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공부를 하려고 해도 어지간히 재미있지 않으면 “재미없어요”라고 상대방을 맥 빠지게 만드는 말을 너무나 자주 하며, 영상 자료를 준비해도 웃기지 않으면 “그런 걸 왜 봐요” 한다. 도덕 시간에 ‘너그러운 마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배우면서도 왜 홀트 부부가 전쟁고아들을 입양해서 키우고 홀트아동복지회를 만들었을까 물으면 “할 일이 없으니까요”라고 대답하거나, 우리 집에 배달된 신문을 어떤 아이가 자주 훔쳐 갔을 때 어떻게 하겠냐라는 물음에는 “죽여 버려요”라고도 대답한다. 그러면서 웃는다. 아이들 식으로 말하면, 아무 생각 없이 장난으로, 그냥 그런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웃길 수 있고, 그런 웃음은 여기저기서 그와 비슷한 말을 튀어나오게 만들며, 그 바람에 공부는 엉망이 되고 교실은 한바탕 혼란스럽지만 아이들은 그 자체로 즐거운 것이다. 어느덧 헛된 웃음과 장난이 교실을 지배하고 있다. 웃음과 장난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어 버렸다.
아이들이 얼마나 일상생활에서 욕설을 자주 하고 있는지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입하고 있는 한 인터넷 대화방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차마 여기에 밝힐 수는 없지만, 한 아이가 복사해서 가져온 그 대화의 기록은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초등학교 높은 학년에서 벌어지는 따돌림, 폭력, 사소한 다툼까지 이 대화방에서 주고받는 숱한 욕설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미 이 인터넷 대화방은 아이들만의 문화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아이들 말을 들으려고 노력하고, 끊임없이 잔소리하면서 생각해 보지만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관념만이 머리에서 뱅뱅 돌 따름이다. 다시 진지해져야 한다. 국민 전체가 텔레비전에 앉아 풍자와 해학도 없는 헛된 웃음의 코미디에 낄낄대고, 사람마다 ‘개인기’니 어쩌니 하면서 연예인 흉내내기를 부추기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 어찌하면 다시 진지해질 수 있을까? 어찌하면 인간에 대한 예의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런 부박한 시대에 그런 걸 가르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일까? 혼란스러운 오늘이다. 김권호/서울 일신초등학교 교사 kimbech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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