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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이젠 대놓고 특목고 우대하겠다?

등록 2008-11-30 22:13

“차라리 특목고 애들 유리한 전형이라고 못박았으면 원서 안 냈을 거예요.” 고려대 수시2학기 일반전형 1단계 선발에서 떨어진 인문계고 학생의 말이다. 사진은 지난 5월 고려대가 열었던 ‘2009학년도 수시모집 입학설명회’의 모습.  이때 이들은 수시2학기 일반전형에서 내신 성적이 보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까.  연합뉴스
“차라리 특목고 애들 유리한 전형이라고 못박았으면 원서 안 냈을 거예요.” 고려대 수시2학기 일반전형 1단계 선발에서 떨어진 인문계고 학생의 말이다. 사진은 지난 5월 고려대가 열었던 ‘2009학년도 수시모집 입학설명회’의 모습. 이때 이들은 수시2학기 일반전형에서 내신 성적이 보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까. 연합뉴스
수시 일반고 1등급 탈락, 외고 5등급 합격
수능·논술 우대하고 내신 무시하는 대학들
연·고대 인문계열 학생 중 40%가 외고출신
대입자율화는 ‘신종 고교등급제’

“2.4등급이라 큰 기대는 안했지만 3등급인데도 붙었다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니까 황당하죠. 게다가 온통 등급 낮은 외고 애들 붙었다는 얘기뿐이고. 서울대 지역 균형선발에 합격한 애가 고려대 1차에서 떨어졌단 얘기도 돌아요. 말이 돼요?” 지난 10월23일 고려대 수시2학기 1단계 발표에서 떨어진 인천 박아무개(18)양의 말이다.

대입 자율화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대학들이 대입 자율화의 전제로 약속했던 것들을 어기고 있는 탓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8월 ‘2010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기본사항’을 발표하면서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의 제한을 2010학년도까지는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고교등급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의심은 매우 강력하다. 고려대 수시2학기 1차 합격자 발표에서 내신등급이 높은 학생이 떨어지고 낮은 학생이 붙는 일이 상식을 깰 정도로 두드러졌다. 한 진학담당 교사는 “특목고 5등급이 붙고 일반고 1등급이 떨어졌다. 비교과에 큰 차이가 없는 같은 학교 학생이 1.5등급은 떨어지고 2.5등급이 붙었다”고 말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고려대 쪽은 “지난해 논술 성적을 반영해 만든 보정값을 올해 1차 전형에서 그대로 반영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이라 큰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궁색하게만 들린다. 정말 논술의 차이 때문일까? 서울의 한 인문계고 교사는 “지난해 논술과 학생부를 합산해 합격을 가렸던 고려대 전형에서 우리 아이들이 떨어졌을 때 으레 논술 때문에 떨어졌겠거니 했는데, 이런 식이라면 학생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서 그리 된 거 아니냐”고 허탈해했다. 사실상 학교 내신을 무력화한 것이고, 이는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특목고 학생을 위한 전형방법을 설계해 놓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는 얘기다. 한 진학담당 교사는 “특목고와 인문계고를 차별하는 ‘신종 고교등급제’라 할 만하다”고 말했다.


2008학년도 연고대 인문계 신입생 중 외고학생 비율 추정치
2008학년도 연고대 인문계 신입생 중 외고학생 비율 추정치

학생부를 무시하는 전형은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은 입학정원의 3분의 1 정도를 뽑는 수시 일반전형에서 수능 우선 선발을 한다. 모집인원의 2분의 1에 대해 엄격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두고 그를 통과한 학생들은 내신 대신 논술을 반영하는 식이다.

한 진학담당 교사는 “특목고 아이들은 특별전형으로도 많이 뽑으면서 수시 일반전형까지 그 아이들한테 유리한 수능과 논술 위주로 짜는 건 부당하다”며 “일반고 아이들이 수시에서 내신으로 지원할 수 있는 건 학생부 우수자 전형인데 그건 전체 모집정원의 10% 정도”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200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교과성적 우수자 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250명으로 전체 모집정원 3404명의 7.3%다. 반면 과학고 출신이 지원하는 조기 졸업자 전형과 공인 영어 성적을 지원자격으로 요구하는 글로벌리더 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모두 525명으로 전체의 15%에 이른다. 고교등급제 적용 이전에 지원부터 구분하는 ‘고교 차별’이나 다름없다. 고려대와 연세대 인문계열에서 전체 학생 가운데 40%를 외고 졸업생이 차지한다는 권영길 의원의 분석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본고사 관련 약속도 무너지고 있다. 고려대가 자연계 논술에서 문제풀이와 답을 구하게 하는 ‘본고사형’ 문제를 출제해 논란이 되고 있으며, 경희대·숙명여대·연세대 등도 의심을 사는 형편이다. 한국외대는 ‘영어 제시문’을 출제했다. 지난 1월 “본고사는 없다”던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의 약속이 무색하다. 그는 당시 ‘대입 자율화 3단계 방안’을 발표하면서 “1단계인 2009~2012학년도는 자율규제가 작동될 것이며, 대교협에서 본고사나 본고사 유사 논술은 심의를 거쳐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입 자율화의 실질적인 첫해인 2010학년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올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서울대는 2010학년도부터 고교 전공을 살려 지원하는 특목고생을 따로 뽑는 ‘특목고 동일계 특별전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부 성적은 초라해지고 수능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진다. 서울대조차 정시모집 2단계 전형에서 20%를 반영했던 구술면접 대신 수능 성적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대학이 일괄합산을 하게 되면 어느 전형요소를 얼마만큼 반영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얼마든지 대학 ‘마음대로’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입 자율화의 전제는 ‘합의’다. 어떤 방법으로 뽑든 그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도 차분히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사도 학부모도 학생도 고민한다. 김동춘 대전 진학지도협의회 회장(대전 대성고 교사)은 “특목고와 일반고의 학력 차이가 존재하고 입시에서 개인의 능력 차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해도 선발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정하게 관리되어야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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