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까지 변경 주문” 공문
학교장-교사들 갈등 심화
학교장-교사들 갈등 심화
경기도에서도 근현대사 교과서 재선정을 놓고 교장과 교사들 사이에 심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8일 경기도교육청과 일선 학교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도교육청은 지난 2일 각 고교에 ‘2009학년도 1학기 교과용 도서 주문 변경 안내’ 공문을 보내 ‘오는 10일까지 근현대사 교과서의 수정 주문이 가능하다’며 애초 10월 말까지였던 교과서 주문 일정을 연기했다. 도교육청은 또 지난 3일 교장회의를 열어 금성출판사가 펴낸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의 폐해를 지적하며, 금성출판사 교과서 선정을 변경하도록 요구했다. 일선 학교들은 지난 10월 말까지 학교 교과협의회와 운영위원회를 거쳐 교과서 선정을 끝낸 상태다.
부천의 한 고교에서는 교장이 ‘금성교과서 선정을 변경해야 한다’며 5명의 역사 교사들에게 재협의를 요구했으나, 교사들이 거부하자 이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승진과 인사평가 등을 들어 압박하고 사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이 학교 교사들은 전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지난주부터 사흘째 교사들이 번갈아 팻말 시위를 벌이고, 전체 교사 80명 가운데 60명이 역사 교사들에 대한 지지 서명을 벌이고 있다.
또 고양의 한 고교에서는 교장이 금성출판사 교과서 주문에 대한 결재를 거부했으며, 다른 고교에서는 교장이 ‘교과협의회를 열지 않으면 학운위에 직권 상정해 변경하고 해당 교사를 징계하겠다’고 협박했다고 교사들은 전했다. 경기도에서는 현재 380개 고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78개 학교에서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선정해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오는 10일까지 상당수 학교에서 학교장들이 직권으로 학운위를 열어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변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경기지부 김영후 정책실장은 “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상 2학기에 사용될 도서는 당해 학기 개시 4개월 전까지 주문해야 한다”며 “경기도 교육청의 지시는 그 자체가 규정 위반이며 초법적·월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의 일정 변경 지시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교과서 선정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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