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불법 찬조금 확인하고도 교장·행정실장 등에 경고만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3월 국제중으로 전환되는 대원중이 학부모들로부터 1년에 수천만원의 불법 찬조금을 걷는가 하면 학교 예산으로 사립중·고등학교장 회비와 사립중·고등학교법인 회비를 냈다는 의혹(<한겨레> 10월24일치 12면, 11월17일치 10면)에 대해 감사를 벌여,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최근 교장과 행정실장 등에게 서면 경고를 하는 데 그쳤다. 시교육청은 특히 대원중에 대해 지난 5월에도 종합감사를 벌였으나 이런 사실을 전혀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엉터리 감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11일 <한겨레>가 대원중의 불법 찬조금 조성 의혹 등을 보도한 뒤인 10월24일~11월6일과 11월12~17일 두 차례에 걸쳐 대원중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이 학교는 지난해 학부모회가 주축이 돼 회장 100만원, 부회장 70만원, 총무·일반회원 50만원 등 일정 금액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1학년 820만원, 2학년 770만원, 3학년 670만원 등 모두 2300여만원의 불법 찬조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 돈으로 교장 등 33명의 교사들이 680만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았으며, 하키부도 후원금 명목으로 수십만원을 불법으로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학교의 이런 관행은 수 년에 걸쳐 이뤄져 왔음에도, 시교육청은 이번 감사를 통해 지난해 이뤄진 불법찬조금 모금 사실만 적발했다.
또 대원중이 학교 업무추진비로 사립중·고등학교장 회비 19만여원, 행정실장협의회 회비 57만원, 사립중·고등학교법인 회비 237만여원 등 2004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314만원을 불법으로 지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사안이 중하지 않다”며 교장과 행정실장 등 관련자들에 대해 ‘경고’ 조처하고 불법 지출된 314만원을 회수하는 것으로 감사를 마무리지었다. ‘경고’는 신분상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 가벼운 조처다.
더 큰 문제는 시교육청이 지난 5월6~8일 대원중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이고도 이런 불법 사실을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시교육청은 5월 감사에서 “업무추진비 중 일부 금액을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결제하거나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원칙을 어겼다”며 교장 등 두 명에게 ‘주의’ 조처를 내렸다. 업무추진비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도 사립중·고등학교장 회비 등을 불법으로 지출한 사실은 전혀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조연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립위원장은 “감사를 벌이고도 위법한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것은 감사 담당자가 무능하거나 감사가 엉터리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또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경고’만 남발하는 것은 불법을 방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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