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종 전 서울시 교육감. 정용일 기자
교육청이 교사들을 ‘몰아내야 할 적’으로 보는 것 같아
교육감이 여론수렴 않고 독주…교육 거꾸로 가고있다
교육감이 여론수렴 않고 독주…교육 거꾸로 가고있다
“일제고사와 같은 시험을 자꾸 치를수록 아이들은 점수 경쟁에 끌려다니게 돼, 창의력과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게 됩니다.”
1996∼2004년 서울시교육감을 지낸 유인종(76·사진) 고려대 명예교수(교육학)는 21일 “전임 교육감으로서 서울시교육청을 비판하는 것은 늘 조심스럽다”면서도 “시교육청이 국제중과 일제고사 등 문제가 많은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며 ‘교육이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감 재직 시절 초등학교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성적표에서 ‘수우미양가’를 없앴던 유 교수는 특히 10여년 만에 부활한 초등학교 일제고사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96년에 초등학교 일제고사를 폐지한 것은, 초등학교 시기는 시험을 봐서 지식을 측정하기보다는 창의력과 잠재력 개발이 중요한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의 학력 진단이 필요하다면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표본집단만을 대상으로 평가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당국이 나서서 학생들을 줄세우면 위기감을 느낀 학부모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치러진 일제고사 때 학생들의 야외 체험학습을 허용한 교사 7명이 파면·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은 것을 두고 그는 “시교육청은 그들을 동료교사로 보기보다는 ‘몰아내야 할 적’으로 보는 것 같다”며 “다른 사안들에 대한 징계 수위와 비교했을 때 완전히 형평성을 잃은 결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사안의 성격을 볼 때 어찌됐든 교사들은 교육에 대한 자기 소신에 따라 행동했다고 본다”며 “오히려 논란이 되는 교육정책들을 제대로 된 여론수렴 과정 없이 밀어붙인 서울시교육청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울시교육감은 무엇보다 외부의 여러 압력으로부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전문성을 지켜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임 기간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세 정부를 거친 그는 “정치권력은 그 속성상 눈에 띄는 실적을 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제고사를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됐지만, 시·도 교육감들과 일치단결해서 막아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으로서 정부나 외부 단체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해요. 사실 교육감은 그런 일 하라고 있는 건데, 지금은 그런 절차는 모조리 생략하고 정부 정책만 충실히 따라가고 있으니 답답한 거죠.”
유 교수는 “지금은 우리 교육이 거꾸로 가고 있지만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창의력과 잠재력 개발을 중시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을 평가하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다만 교육이 정상 궤도를 찾을 때까지 어린 학생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감당해야 할 고통이 걱정”이라고 했다.
글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글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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