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서울 온수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놀이를 해 보면서 창업에 대해 배우고 있다. 제이에이코리아 제공
아이랑 부모랑
구체적 사례는 좋은 ‘교과서’
무분별 보상은 역효과 불러 온갖 어려운 금융 용어들이 일상 대화에 쉽게 오르내리는 요즘 같아서는 ‘돈’ 얘기를 빼면 사람들이 나눌 대화 소재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예전에는 돈 얘기 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돈놀이나 재테크에 관심이 없거나 무지한 사람이 ‘나태하고 경쟁력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돈 얘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행여 아이가 어린 나이부터 돈문제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갈수록 경제 관련 지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아이들 경제교육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경제교육 전문 비정부기구(엔지오)인 ‘제이에이 코리아’의 여문환 사무국장은 “경제교육은 부자 만들기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아이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으면서 꿈을 구체화하는 것이 경제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 ‘보상’의 유혹에서 벗어날 것 여 국장은 “많은 부모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 보상을 약속하는 일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거나 숙제를 하지 않을 때, 부모는 조급한 마음에 ‘용돈을 줄게’, ‘게임기를 사 줄게’와 같은 식으로 아이의 행동을 보상으로 이끌어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꼭 해야 하는 일상적인 활동에 보상을 해 주기 시작하면 아이가 오히려 ‘보상’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기 쉽다. 여 국장은 “특별히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을 때 보상을 하고 싶다면 그때그때 쿠폰을 만들어 주고, 쿠폰을 모아 오면 원하는 것을 사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또한 아이가 무엇인가를 원할 때 ‘그것이 자기에게 과연 꼭 필요한 물건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일상 경제활동에도 관심을 꼭 무언가를 사거나 파는 일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과 밀접히 닿아있는 문제들에 대해 아이와 함께 답을 내보는 것도 좋은 경제교육이 된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로서는 궁금한 것이 많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왜 해야 하는지에서부터 시작된 질문에 부모가 차근차근 대답해 주면 아이의 질문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해 간다. 쓰레기를 나눠서 거두어 가는 분들의 삯은 누가 줄까, 세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면서 아이는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 국장은 “아이에게 부모의 월급 명세서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가계 수입과 지출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세금은 어떻게 걷히는지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용돈관리는 어떻게? 어렸을 때부터 용돈 관리를 철저히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역시 경제교육의 기본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계획을 세워 용돈을 절약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경제관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저축한 돈의 일부를 기부하거나 좋은 일에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바람직하다. 여 국장은 “용돈 사용처를 소비·저축·기부로 나눠 지출 계획을 세우고, 이를 평가해 보는 과정을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용돈을 적게 주면 아이가 자율적으로 돈 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정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또래 아이들이 받는 용돈 범위에서 액수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 국장은 “경제는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금방 그 영향을 받는 것인데도 실질적인 경제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단순히 경제 지식을 주입하는 단계를 넘어,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을 창조적으로 고민해 보는 기회가 아이들에게 더 많이 주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무분별 보상은 역효과 불러 온갖 어려운 금융 용어들이 일상 대화에 쉽게 오르내리는 요즘 같아서는 ‘돈’ 얘기를 빼면 사람들이 나눌 대화 소재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예전에는 돈 얘기 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돈놀이나 재테크에 관심이 없거나 무지한 사람이 ‘나태하고 경쟁력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돈 얘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행여 아이가 어린 나이부터 돈문제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갈수록 경제 관련 지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아이들 경제교육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경제교육 전문 비정부기구(엔지오)인 ‘제이에이 코리아’의 여문환 사무국장은 “경제교육은 부자 만들기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아이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으면서 꿈을 구체화하는 것이 경제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 ‘보상’의 유혹에서 벗어날 것 여 국장은 “많은 부모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 보상을 약속하는 일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거나 숙제를 하지 않을 때, 부모는 조급한 마음에 ‘용돈을 줄게’, ‘게임기를 사 줄게’와 같은 식으로 아이의 행동을 보상으로 이끌어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꼭 해야 하는 일상적인 활동에 보상을 해 주기 시작하면 아이가 오히려 ‘보상’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기 쉽다. 여 국장은 “특별히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을 때 보상을 하고 싶다면 그때그때 쿠폰을 만들어 주고, 쿠폰을 모아 오면 원하는 것을 사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또한 아이가 무엇인가를 원할 때 ‘그것이 자기에게 과연 꼭 필요한 물건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일상 경제활동에도 관심을 꼭 무언가를 사거나 파는 일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과 밀접히 닿아있는 문제들에 대해 아이와 함께 답을 내보는 것도 좋은 경제교육이 된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로서는 궁금한 것이 많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왜 해야 하는지에서부터 시작된 질문에 부모가 차근차근 대답해 주면 아이의 질문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해 간다. 쓰레기를 나눠서 거두어 가는 분들의 삯은 누가 줄까, 세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면서 아이는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 국장은 “아이에게 부모의 월급 명세서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가계 수입과 지출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세금은 어떻게 걷히는지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용돈관리는 어떻게? 어렸을 때부터 용돈 관리를 철저히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역시 경제교육의 기본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계획을 세워 용돈을 절약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경제관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저축한 돈의 일부를 기부하거나 좋은 일에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바람직하다. 여 국장은 “용돈 사용처를 소비·저축·기부로 나눠 지출 계획을 세우고, 이를 평가해 보는 과정을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용돈을 적게 주면 아이가 자율적으로 돈 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정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또래 아이들이 받는 용돈 범위에서 액수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 국장은 “경제는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금방 그 영향을 받는 것인데도 실질적인 경제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단순히 경제 지식을 주입하는 단계를 넘어,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을 창조적으로 고민해 보는 기회가 아이들에게 더 많이 주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