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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21세기 교실 ‘바리캉 고속도로’

등록 2005-05-11 18:54


“싸대기 맞고 머리 밀리고…교도소 같아요”
여중은 귀밑 4cm…속옷색깔 규제하는 곳도

빼앗긴 학생인권

“우리 00고는 인근에서 ‘00사’라고 불려요. 스님들이 있는 절을 빗댄 말이죠. 머리길이 규정도 딱히 정해진 게 없어요. 선생님들의 기분에 따라서 기준이 바뀝니다. 조금 길다 싶으면 ‘싸대기’ 맞고 머리 밀리는 거죠!” 지방에 있는 한 고교 2년생의 말이다.

머리 길이와 복장 제한을 두고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각 학교들이 규정을 세워두고 단속을 심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은 “학생부 선생님들이 가위나 ‘바리캉’(이발기)을 들고 다니며 강제로 학생의 머리를 자르거나 ‘고속도로’를 내는 폭력적인 단속을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수원 ㄱ고교의 두발 단속 기준은 학생부 선생님의 ‘손가락’이다. 손가락으로 뒷머리가 집히면 무조건 ‘싹둑’이다. 그러나 삭발도 안 된다. ‘반항’ 표시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 학교 ㄱ아무개(17)군은 “교도소도 이것보다는 낫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학교도 마찬가지다. 서울 ㄴ여중의 규정은 귀밑 4㎝다. 층을 지게 머리를 잘라도 안 되고, 귀가 드러나도 안 된다. 머리 모양은 뒷머리는 일자를 유지해야 하지만 앞머리는 일자여서는 안 된다. 수원 ㅁ여중의 규정은 ‘1학년은 귀밑 11㎝, 2학년 5㎝, 3학년 15㎝’로 학년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다.

억압은 머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많은 학교들이 복장도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다. ‘구두는 발등의 3분의 2를 덮어야 하며 원색은 안 된다. 운동화는 흰색이 70%를 넘어야 한다’는 식이다. 양말도 규제 대상이다. 흰색 이외의 양말은 허용되지 않고, 무늬가 있어서도 안 된다. ‘발목 양말’도 금지다. 속옷 색깔을 규제하는 학교도 있다. 광주 ㄷ여고는 ‘속옷은 흰색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구논회 의원(열린우리당)이 지난해 전국 165개 학교의 생활규정을 분석한 결과, 두발 자유화를 허용하는 학교는 1개교(0.7%)밖에 되지 않았다. 신발이나 가방까지 규제하는 학교는 각각 70%와 37.4%였다.

학교는 학생 탈선을 막고 학업 능률을 높이려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머리와 복장 규제가 탈선을 막고 학업 능률을 높인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다. 청소년포털 아이두넷의 이준행 대표는 “학생을 통제와 규율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일제시대 때 ‘식민지형 인간’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며 “군사정권 때도 학교 병영화 과정으로 이런 구습이 계속됐는데 이제는 학생을 교육의 주체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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