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 우려 현실로
내신 위주로 뽑은 고려대 수시 2-2학기 일반전형 1단계에서 외국어고 학생 10명 가운데 6명꼴로 합격하고 내신 7~8등급까지도 합격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또 언론에 이런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 입시를 관리할 능력이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1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고려대를 지원한 외고 학생 10명 가운데 6명꼴로 수시 2-2학기 ‘1단계 전형’에 합격했다. 고려대는 수시 2-2학기 일반전형에서 교과영역(내신) 90%와 비교과 영역 10%를 반영하기로 해 내신 등급이 높을수록 합격 가능성이 높다. 서태열 입학처장은 지난해 9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부 성적을 90%나 반영해 1차 통과자를 가리는 단계별 전형은 특목고 학생에게 불리할 수 있다”며 “그동안 특목고 출신이 강세를 보였던 입학 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대는 이런 공언과 달리 일반고에서 내신 1~2등급을 받은 학생들 상당수는 탈락시키고 외고 학생들은 7~8등급까지 합격시켰다.
고려대는 지난해 10월 ‘내신 보정 시스템을 통해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었다’는 비판이 일자 “내신보다는 수상 실적 등 비교과 영역 10%가 당락을 갈랐다”며 “일부 외고의 상황일 뿐 모든 외고에서 1단계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권 의원실이 발표한 이번 자료를 보면 전국 26곳의 외고 지원자 가운데 58.4%가 1단계 전형에 합격해, 고려대의 이러한 해명조차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고려대는 공식적으로는 ‘내신 90%+비교과 10%’라는 기준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내신 보정’을 통해 특목고생을 우대하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입시 전반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교협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교협은 고려대의 특목고 우대 논란이 빚어지자 “2월 입시 전형이 끝나면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합격자가 모두 확정된 상황에서는 잘못이 드러나도 바로잡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어,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외고 합격자 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1일에도 대교협은 “지난해 11월 고려대가 제출한 소명서를 윤리위에 넘긴 상태로, 이를 검토한 뒤 추가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미온적인 태도만을 보였다.
김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모든 학생들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처럼 입학전형안을 발표하고, 한편으론 특목고 학생을 우대한 고려대는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셈”이라며 “이런 불법을 눈감은 대교협이 자율규제 운운하며 대학 입시 전반을 관리하도록 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고려대 ‘고교 등급제’ 적용 사실로 드러나
▶용산참사 추모대회 “왜 경찰과 한나라당만 아니라고 합니까”
▶국민 52% “이 대통령 ‘용산참사’ 사과해야”
▶동원홈푸드 미숫가루서 GMO성분 검출
▶‘야간집회금지 위헌제청’ 박재영 판사 사직서
▶고려대 ‘고교 등급제’ 적용 사실로 드러나
▶용산참사 추모대회 “왜 경찰과 한나라당만 아니라고 합니까”
▶국민 52% “이 대통령 ‘용산참사’ 사과해야”
▶동원홈푸드 미숫가루서 GMO성분 검출
▶‘야간집회금지 위헌제청’ 박재영 판사 사직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