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과영역도 차이 없었는데 왜?
일반고 1~2등급 떨어지고, 외고 5~8등급 합격
일반고 1~2등급 떨어지고, 외고 5~8등급 합격
고려대 수시 2-2 일반전형 1단계 전형 결과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례’가 적잖다. 내신으로 뽑은 이 전형에서 일반고 1~2등급은 떨어지고 외고의 5~8등급이 합격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더욱이 같은 고교에서 1등급은 떨어지고 2등급이 합격해 이번 전형이 ‘특목고 우대’를 넘어 ‘입시 사고’나 ‘입시 부정’ 의혹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수시 2-2 전형은 교과 영역 반영비율이 90%에 이르는 ‘내신 중심’ 전형이기 때문이다.
1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조사 결과와 지난해 11월 전국진학지도협의회가 공개한 자료 등을 종합하면, 이번 고려대 수시 2-2 전형에서 서울 ㅈ고의 한 고3 학생은 내신 1.73등급을 받고 경영대에 지원했다가 정원의 17배수를 뽑는 1차에서 불합격한 데 반해, 같은 학교의 다른 학생은 내신 2.68등급을 받고 경영대에 합격했다. 반영비율이 10%밖에 안 되는 비교과 영역에서도 두 학생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는데도 당락이 뒤바뀐 것이다.
서울 ㅅ여고의 경우에도 내신 1.68등급을 받은 학생이 정경계열에 합격한 반면, 다른 학생은 내신 1.43등급을 받고 정경계열에 지원했다가 1차 전형 단계에서 불합격했다. 비교과 영역에 반영되는 교내외 수상 실적과 봉사활동·임원 경력 등도 불합격한 학생이 합격한 학생보다 우수했다.
지난해 전남 순천 매산고를 졸업한 재수생 김현준(20)씨도 내신 1.06등급을 받고 고려대 수시 2-2 전형(경영대)에 지원했다가 1차에서 탈락했다. 서울대 수시에 합격해 올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할 예정인 김씨는 “고교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내신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교과 영역을 90% 반영하는 고려대 수시 전형에 지원했던 것”이라며 “내신 4∼5등급을 받은 외고 학생들이 1차에서 대거 합격한 것을 보면 고려대가 일반계고를 차별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같은 고교 지원자들 가운데 교과·비교과 영역 모두에서 성적이 높은 학생이 불합격하고 낮은 학생이 합격한 사례들을 보면 고려대의 이번 수시 전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그동안 전형 과정에 대해 제기돼 온 의혹들이 표면화한 만큼 고려대의 책임있는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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