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고교등급제 논란 사례
고려대 끈질긴 ‘서열화 시도’
고려대는 ‘내신 무력화’ 등 공교육 파행을 막고자 정부가 금지했던 고교등급제 실시 의혹을 가장 많이 받아 온 대학으로 꼽힌다.
고려대는 지난 2004년 이화여대, 연세대와 함께 입시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고려대는 2005학년도 수시모집의 내신 석차 백분위 및 서류평가 성적 산출과정에서 지원자 출신 고교의 최근 3년간 고려대 합격자 수와 수능 평균을 반영한 보정치를 적용했다. 학생 개인에 대한 평가에 고교의 학력 차이를 반영한 전형적인 고교등급제다. 교육부는 시정요구 공문을 보내고 정부 지원금을 삭감하는 등 제재를 했다. 하지만 당시 고려대는 교육부에 보낸 공문에서 “부풀려진 고교 내신과 학생수 차이에서 비롯된 성적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정치’를 적용했을 뿐, 고교등급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는 또 지난 2007년에는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내신 차등 적용제’를 도입했다. 내신 차등 적용제는 같은 내신 1등급이라도 내신 등급의 변별력에 따라 학교별로 조정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ㄱ고교 국어과목 채점 결과 시험이 쉬워 평균 80점을 중심으로 75~85점에 학생들의 점수가 분포돼 있다면, 83점으로 2등급을 받은 학생도 고려대 입시에서 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
이를 두고 고려대가 특목고 학생들을 많이 뽑으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교육부는 “학교간 실력 차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고교의 내신시험에 변별력이 있는지 보는 것”이라며 2004년과 달리 시정요구를 하지 않았다. 당시 고려대는 수시전형에서 내신과 논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일괄 반영했기 때문에 학생부에 적용된 ‘내신 차등 적용제’가 당락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서울 ㅇ고 진학담당 교사는 “고려대 수시전형에서 떨어진 학생들은 대부분 논술 성적이 낮았기 때문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내신을 무력화한다는 비난을 받아 온 고려대는 2009학년도 전형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시 2-2학기 일반전형은 두 단계로 나눠 실시하되,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 100%(교과 90%+비교과 10%)로 학생을 뽑겠다고 밝혔다. 특목고 학생들이 불리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일반고 1등급은 떨어지고, 외고 7~8등급 학생까지 합격하는 결과가 나왔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내신의 변별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2008학년도 입시부터 도입된 고려대의 ‘내신 차등 적용제’는 이번 전형 결과를 통해 특목고를 우대한 사실상의 고교등급제 구실을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그러나 같은 학교에서 교과와 비교과 성적에서 모두 나은 학생이 떨어지고 그보다 못한 학생이 합격한 것은 내신 성적 산출 시스템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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