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학씨 부부는 두 딸에게 좀더 행복한 교육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서울에서 경기 양평으로 집을 옮겼다. 송씨 가족들과 작은딸 승인(의자 왼쪽)양의 같은 반 친구인 이강희(의자 오른쪽)군이 정배분교 건물 앞 의자에서 자세를 잡았다.
아이랑 부모랑
자녀교육 위해 도시 떠난 송무학씨 가족 자연에서 생태 체험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삶 교육
때되니 알아서 공부도 해 꼬리를 무는 ‘교육이사’ 행렬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읍·면지역에서 중소도시로, 중소도시에서는 대도시로 좀더 나은 교육여건을 찾아 집을 옮긴다. 대도시에서도 서울 강남과 목동으로 대표되는 ‘사교육 1번지’로 입성하기를 오매불망 꿈꾼다. 그러나 이런 시대 흐름과 거꾸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송무학(40)씨 가족은 2007년 8월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 양평군 서종면으로 이사했다. 두 딸도 전교생이 54명밖에 안 되는 정배분교로 전학했다. 송씨 가족이 교육이사 행렬을 거꾸로 거슬러 농촌으로 집을 옮긴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교육’이다. “아이들을 어릴 적부터 지나친 경쟁에 내몰아 일찌감치 지치게 하는 교육풍토에 회의를 느끼던 차에, 알고 지내던 선배한테서 정배분교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 곳이라면 정말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송씨의 아내 정은주(39)씨의 말이다.
내 아이, 네 아이 따지지 않고, 학부모와 교사,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작은 공동체를 일궈 가는 모습,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며 저마다의 빛깔을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 등 시골 작은 학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정배분교는 오롯이 간직하고 있었다. 물론 자식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인지라 이사를 하기까지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송씨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을 했지만, 길게 보면 창의성과 감성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단계는 앞으로 언제든지 필요할 때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기인데, 그러려면 학교나 배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송씨의 생각이다. 시골에서 아이를 키워 보니 좋은 점이 뭐냐고 묻자, 송씨 부부는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송씨 부부처럼 시골 작은 학교가 가진 장점에 주목해 도시에서 이사온 이들이 많아서인지, 정배분교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남보다 한발 앞서 가게 하려고 늘 발버둥치는 서울 부모들과는 사뭇 달랐다. 경쟁보다는 더불어 사는 삶을, 주입식 교육보다는 감성과 체험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학원에 가지 않으면 놀 친구가 없고, 아이 혼자 바깥에 내보내기도 불안했던 서울과는 달리, 아이들이 학교와 친구 집 등을 오가며 마음껏 안전하게 놀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학년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이 한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아이들은 수시로 친구 집에 찾아가 놀기도 하고 함께 잠도 잔다. 누구네 집은 어떤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서로 알 정도다. 생일잔치를 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전교생이 몰려오기도 한다. 정씨는 “선생님들도 아이들 하나하나를 배려해 주고, 학부모들과의 관계도 돈독해 엄마들이 집에서 밥하던 복장으로 학교에 가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편하다”고 말했다. 시골살이의 즐거움에 푹 빠져 있기는 두 딸도 마찬가지다. “여름에는 개울에서 수영도 하고 메뚜기를 잡아 구워 먹어요. 가을에는 선생님과 함께 밤을 따서 삶아 먹기도 하고요. 수업시간에 가까운 산과 들로 나가 꽃과 풀, 벌레 등을 직접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재미있어요.” 올해 6학년이 되는 큰딸 지인(12)이와 3학년이 되는 승인(9)이는 학교 자랑을 늘어놨다. 서울로 다시 가고 싶지 않냐고 묻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싫다”고 했다. 정씨는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학교 가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라며 “아이들이 학교와 선생님을 이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인이네 반 아이들은 지난해 스승의 날에 들꽃을 따다가 교실 문에서 선생님 책상까지 꽃길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송씨 부부는 시골로 이사온 뒤 아이들의 감성이 눈에 띄게 풍부해졌다고 했다. 송씨는 “서울에서는 일기 쓰는 것이 지겨운 숙제였다면, 지금은 하루하루의 일상이 아주 세밀하게 나온다”며 “늘 자연과 더불어 놀아서 그런지 시도 참 잘 쓴다”고 자랑했다. 큰딸이 1년 뒤면 중학교에 가야 하는지라 불안할 법도 했다. 그러나 송씨 부부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안심하게끔 행동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인이가 이번 겨울방학 때 갑자기 수학 과외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한 달 동안 학원에 보내 봤더니 굉장히 열심히 공부하더라고요.” 정씨는 “아이들도 다 때가 되면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며 “우리 방식이 좀 더딜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양평/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