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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의 정서에 관심을 갖자

등록 2009-02-15 16:43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갈수록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알고 보면 배부른 시대의 이야기다. 먹고살기 힘들었을 때 아이 키우기는 어른들의 삶에서 중심일 수는 없었다. 아이 키우기가 부모들의 관심의 초점이 된 것도 우리가 어느 정도 살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예전의 아이들은 부모의 삶을 멀찌감치 쳐다보면서 인생을 그저 짐작하곤 했다. 그때에 비하면 요즘의 부모는 아이들에게 너무 가까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지극히 정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공시적으로도 우리들의 행동은 상당히 유별나다. 아이들의 작은 마음의 그늘에도 늘 신경을 써야 하는 소아정신과 의사가 이렇게 말할 정도로 우리들은 과도하게 아이들에게 투자하고 있다.

아이 키우기가 정말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보통의 부모 그뿐이다. 아이의 철없는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귀, 힘들어하는 아이의 어깨를 아무 말 없이 토닥여줄 수 있는 손, 어설픈 아이의 행동을 웃음 지으며 바라봐줄 수 있는 눈이 전부다. 아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모습을 세상과 부딪치면서 갈고 다듬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좌절은 불가피하고 그 좌절을 부모가 조금 뒤에서 지켜보면서 격려한다면 콤플렉스 없이 아이는 성숙해질 것이다.

적지 않은 부모들이 자신이 좋은 부모가 못 되지 않을까 고민한다. 비싼 사교육을 시킬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어려운 수학 문제도 가뿐하게 가르쳐줄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고, 아이를 학원에서 학원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속상해한다. 아이의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말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아이가 스스로 해나가는 것을 안타깝지만 참고 지켜보지 못하고 있다고 속상해하는 부모는 찾기 어렵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 자신들에게 강요된 인지적 활동에 그다지 몰입하고 있지 않다. 발달 단계를 앞당겨서 미리 부여하는 인지적인 활동은 전혀 효율적이지도 않다. 더 무서운 것은 아이들의 시간과 부모의 노력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인지적인 활동에 시간을 쏟아붓다 보니, 정서와 자존감, 조절 능력과 가치 지향적 태도를 키울 시간은 부족하다.

두고 보면 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필요한 것은 지금 다니는 학원 수업, 지금 외우는 단어가 아니다. 학원과 단어 때문에 키우지 못했던 부분, 자기의 마음을 다루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능력의 부족이 아이들을 괴롭힐 것이다. 이런 능력을 키우는 데는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그저 보통의 부모면 할 수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 자신의 직장에 새로운 사람을 뽑는다면 어떤 인재를 뽑을 것일까? 어떤 사람을 며느리나 사위로 들일 것인가? 대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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