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장관 ‘빗나간 진단’ 도마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6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느는 이유를 이전 정부의 ‘평준화 정책’ 탓으로 돌려 뒷말을 낳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안 장관이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진단을 바탕으로 ‘일제고사와 성적 공개를 통한 경쟁’이라는 잘못된 처방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안 장관은 이날 “6학년의 경우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2% 남짓인데, 중3과 고1로 올라가면서 10% 안팎으로 늘었다”며 “이는 그동안 지속된 ‘하향 평준화 정책’의 결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배경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 않느냐’는 반문에도 안 장관은 “지역간에는 별 차이가 없는데, 전체적으로 미달 학생 수가 (학년이 올라 갈수록) 급증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못 따라오는 학생은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했어야 하는데, 다 똑같이 하면서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학력 정보를 수집하지 않은 과거 정부의 정책 실패가 학력을 하향 평준화 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정책위원장은 “평준화 정책을 탓하려면 평준화·비평준화 지역의 차이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데, 안 장관의 발언에는 어떤 근거도 없다”며 “무책임하거나 정치적인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안 장관의 현실 인식도 도마에 올랐다. 안 장관은 성적 공개로 인해 문제풀이식 교육이 강화돼 교육과정 파행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 시험이) 학교간 경쟁을 하자는 것이지 대학입시에 반영되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않냐”며 “이 시험을 위해 특별히 준비를 해서 유별나게 잘 보도록 하라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성취도 향상 정도에 따라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등을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송인수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공동대표는 “성적을 올리지 않으면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시험 준비는 안 해도 된다’니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며 “안 장관이 입으로는 다양성과 자율을 내세우면서, 획일적인 문제풀이 수업을 조장하는 정책을 펴는 등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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