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봉(55)
김인봉 장수중 교장
김인봉(55·사진) 전북 장수중 교장은 이웃 지역인 임실에서 일어난 학업성취도 조작 사건에 대해 19일 “일제고사는 전국 학교와 교사들을 ‘생선 지키는 고양이’로 만들 것”이라며 “이번 평가에서 꼴찌한 곳이 가장 정확하고 정직하게 처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지난해 10월 학업성취도 일제고사 시험일에 체험학습을 승인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15일 전북도교육청으로부터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인터뷰는 전화로 했다.
-혹시 이런 사태를 예상했나?
“예상했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하지만 임실 지역에서 3개 과목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0% 나온 것이 너무 의아했다. 그동안 농촌 학교를 5차례 옮겨다니며 16년 동안 근무했는데, 경험상 도저히 그런 수치가 나올 수가 없다. 한 학교라면 혹시 실수로 그런 수치가 나올 수 있겠지만, 임실 초등학교 15곳 가운데 14곳에서 3개 과목에 걸쳐 기초학력 미달자가 0%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실수라면 치밀하게 계산된 실수다.”
-장수도 임실과 비슷한 농촌지역인데 사정이 어떤가?
“장수는 미달자가 0% 나오지 않았다. 장수지역 다른 학교는 얘기할 수 없고, 우리 학교는 제대로 보고했다. 장수와 임실이 비슷한 농촌지역인데 이렇게 학력차가 날 수 있겠는가. 꼴찌를 한 전북의 한 군이 가장 정확하고 정직하게 처리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전국 단위 일제고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교사와 학교는 ‘생선가게를 지키는 고양이’가 될 뿐이다. 일제고사 결과가 인사나 급여, 예산과 연결된다면 치밀한 계산과 실수, 누락, 착오 등이 계속 나올 것이다. 창의력과 탐구력, 사고력을 신장시키는 진정한 교육이 없고, 21세기에 맞지 않는 문제풀이만 계속될 것이다. 결국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증폭시켜 공교육을 무너뜨릴 것이다.
-정직 상태인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지난주에 징계와 관련해 소청심사와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전주의 집에 주로 머물고 장수중을 왔다 갔다 하며 지내고 있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김 교장은 지난해 10월 일제고사 때 학생 8명이 현장 체험학습을 신청하자 이를 승인해 ‘공무원으로서 공무수행시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복종과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1989년 전교조 사태로 해직된 김 교장은 2000년부터 2년 동안 전교조 전북지부 사무처장으로 일했다. 1991~95년 전북도 교육위원을 맡은 뒤 95년 복직했으며, 지난해 3월 공모제를 통해 장수중학교 교장에 발탁됐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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