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가운데)이 26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에 대해 해명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유진희 고려대 교무처장.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학교이름 안대고 “외고 1~2등급 불합격”
지원자수 안대고 “일반고 100% 합격도”
지원자수 안대고 “일반고 100% 합격도”
고려대가 26일 오후 고교등급제 적용 등 그동안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주된 논란거리인 교과·비교과 영역의 실질반영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당락 뒤바뀜 현상의 구체적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특목고 우대나 고교등급제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은 이날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연 설명회에서 “특목고에서 1~2등급인 학생이 떨어지고, 일반고 4등급 학생은 합격한 사례가 있다. 이것이 고교등급제를 하지 않았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탈락한 1~2등급 특목고 학생이 수도권 주요 외국어고 출신인지, 지방 외고 출신인지 등은 “고교 서열화 우려가 있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지방 외고 가운데는 일반고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학교도 있는데도, 이런 사정을 활용해 의혹을 얼버무리려 한 것이다.
서 처장은 또 “특정 외고 학생이 90%에 가깝게 합격했다는데, 일반고 가운데는 합격률 100%인 학교도 있다”며 특목고를 우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반고의 지원자 수를 묻자 ‘5명 이상’이라고만 한 채,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202명이 지원해 190명 넘게 합격하는 등 5~7등급까지 대거 붙은 서울 한 외고와, 1~2등급 5명이 지원해 5명이 합격한 일반고의 합격률을 단순 비교하는 방법으로, 수도권 특목고 우대 의혹을 반박하려 한 것이다.
‘교과 90%, 비교과 10%를 반영한다’는 입시요강을 어겼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실제로도 반영비율 ‘90 대 10’은 지켜졌다”고 주장하다가, ‘당락 뒤바뀜 현상의 이유’를 묻자 “교과 성적이 비슷해 (실질반영률이 낮아) 10%의 비교과가 큰 차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논리적으로 모순된 해명을 거듭했다. 비교과 영역의 반영 방식도 “학교생활·발달과정·성취를 고려대의 기준에 맞게 실질화해 평가했다”고 막연하게 설명했다.
서 처장은 이른바 알파(α)·케이(k) 값을 두고도 “학교 간 차이를 무시할 수 없어 ‘보정 내신’을 사용했고, 알파와 케이값은 내신 보정 상수”라면서도 이 값을 어떻게 구하는지, 이 보정시스템을 적용하면 등급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고려대는 거듭된 요청에도 끝내 교과·비교과 실질반영비율을 공개하지 않은 채 “다른 대학들이 모두 공개한다면 우리도 하겠다”며, 엉뚱하게 다른 대학들을 끌어들이는 태도를 보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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