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현 교육과학기술부 학술연구정책실장(가운데)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시·군·구별 수능성적 원자료 공개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하던 중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조전혁 의원 요구에 따라…이달말 열람 허용
“점수경쟁 격화돼 지역·학교간 서열화” 우려
“점수경쟁 격화돼 지역·학교간 서열화” 우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원자료를 기초자치단체별로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학교별 학생 수를 알면 학교 이름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어, 수능 성적이 공개될 경우 지역·학교간 서열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교과부는 2005~2009학년도 수능 성적 원자료를 전국 232개 시·군·구별로 공개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에게 지역·학교별 수능 성적 공개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교과부는 수능 성적을 공개할 때 시·군·구는 실명을 밝히되, 해당 지역에 속한 학교 이름과 수험생 개인정보는 밝히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적 공개는 조 의원이 이달 말께 수능 시행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방문해 전산자료를 열람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능 원자료 열람은 국회의원만 할 수 있으며, 제공되는 정보는 수능을 치른 모든 수험생의 영역·과목별 표준점수와 등급이다. 다만, 학교 이름은 기호로 처리되고 수험생 이름 등 개인정보는 가려진 채 제공된다.
엄상현 교과부 학술연구정책실장은 “제공된 자료는 연구를 목적으로 활용하며 학교나 시·군·구 순위 등과 같이 학교와 지역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한 뒤 열람을 하기 때문에 지역·학교간 서열화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약서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 열람한 의원들이 성적 정보를 적어 와 다른 연구자에게 건네는 과정에서 지역 실명이 공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학교 이름을 기호화하더라도 학교별 학생 수를 대조해 보면 금방 이름을 알아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조 의원이 그동안 서울대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전국 고교를 줄 세우는 등 서열화를 조장해 온 점에 비춰, 지역·학교간 서열화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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