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1곳 확인…한창 클 나이에 ‘일제고사에 허덕’
울산 남구 초등학교 6학년생 이아무개(13)양의 하루는 거의 빈틈이 없다.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학원으로 간다. 학원 수업을 마치면 어느덧 저녁 7시. 집에 와 저녁을 먹고 나면 이번에는 각종 숙제가 이양을 기다린다. 3월 초까지만 해도 1시간 정도는 쉴 틈이 있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학교가 수업을 1시간 더 늦추면서 이양의 생활은 그야말로 숨 돌릴 틈조차 없어졌다. 이양은 “전에는 수업을 마치면 친구들과 잠시 놀 수 있었는데 7교시가 생기면서 학원 가기가 바쁘다”며 “6교시 하는 다른 학교 친구들이 부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6학년 김아무개(13)군도 “선생님이 우리 학교가 성적이 좋지 않아 7교시를 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집중도 잘 안 되고 학교도 가기 싫다”며 “제발 7교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양과 김군이 다니는 울산 ㅇ초등학교는 이달 9일부터 전 학년을 상대로 수업 시간을 1시간 더 늘렸다. 학교는 시행에 앞서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3~4학년은 5교시에서 6교시로, 5~6학년은 6교시에서 7교시로 늘려 보충수업을 벌인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5~6학년생들은 이른바 ‘7교시’ 수업을 날마다 받고 있다. 중학교 1학년생들에게도 일반화돼 있지 않은 7교시 수업이 초등학교에 등장한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아이들의 건강과 발달 등을 고려해 좀체 시행하지 않았던 7교시 수업을 초등학교에서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아마 전국 최초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학교는 1~2학년생들에게도 수업 시작 30분 전에 등교해 30분의 보충수업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월말고사’도 부활시켰다.
학교는 이런 조처의 취지를 두고 “학력 향상”을 내세웠다. 이 학교 교장은 “어릴 때 기초를 잡아주지 않으면 중·고교에 가서도 계속 뒤처지고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지금 아이들과 교사들이 힘들어해도 나중에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역 교육단체들은 “ㅇ초등학교의 사례는 학력지상주의 교육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특히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시행해온 일제고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의 도상열 정책실장은 “지난해 3월 치러진 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된 시·도교육청 가운데 울산이 꼴찌를 하자 울산시교육청이 향후 일제고사 성적 결과를 교장 등의 인사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해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일부 학교에서 무리한 시도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환영 반, 걱정 반’ 등 조금 엇갈리지만,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긴 마찬가지다. 전종근 부산대 양산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초등학생의 경우 해마다 5~7㎝ 정도 키가 크는데 과도한 학습 스트레스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발육장애 등 건강 이상을 경고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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