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총장협의회 주요 요구사항
“정부 재정지원 높이고 개방형이사 폐지하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가 9일 법률 제정을 통해 사립대에 대한 재정 지원을 대폭 높여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사립대 총장들은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도입한 개방형 이사제나 대학평의원회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정부 지원만 받고,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고려대 국제관에서 열린 ‘제2회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등록금이 높은 것은 대학들이 재정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기대야 하는 구조 때문”이라며 “사립학교 특별법 등을 만들어 교원 인건비 절반을 보조해 주고 수익용 재산에 대한 지방세·종합부동산세 등을 면제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또 “건물 등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을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적립금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시우 서울여대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 사립학교법에는 사학의 경영 자유를 보장하는 명문 규정이 없으므로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개방 이사제는 사학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아예 폐지하거나, 개방 이사를 학교법인에서 선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학생·교수 등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는 기존의 교무회의 등과 기능이 겹치니 폐지해야 한다”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도 종교계 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특히 “사립대가 문을 닫아 해산할 경우, 기본재산 감정평가액의 30% 이내에서 설립자나 그의 직계비속에게 해산장려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희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립대들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이미 수천억원 규모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으면서 건물의 감가상각을 반영해 건축 적립금까지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연구원은 “학교가 공익법인임을 고려할 때, 문을 닫는다고 기본 재산의 30%를 돌려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는 사학들이 주장하는 시장 논리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박정원 교수노조 부위원장(상지대 경제학과)은 “개방이사제는 사립대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데, 이들을 재단이 선임하겠다는 것은 제도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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